화가이자 작가인 프레데릭 바작이 이야기하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와 이탈리아 시인 체사레 파베세(1908∼1950). 철학자와 시인은 서로 만난 적도 없고, 공통된 부분도 없는 것 같지만 이 책의 부제 ‘토리노 하늘 아래의 두 고아 니체와 파베세’가 여러 정황을 설명해 준다.
이들은 이탈리아의 도시 토리노에 매혹돼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토리노에서 니체는 정신을 놓았고, 파베세는 독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니체와 파베세는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살았지만 이들은 여자를 사랑하거나 여자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애초부터 이상(理想)속의 여자만을 사랑했다.
둘에게는 나른하고 환락적이며 불길한 고독이 드리워져 있었다. 바작이 잡아챈 철학자와 시인의 상실과 ‘몽상의 도시’ 토리노의 적막은 묘하게 어우러진다. ‘토리노: 정결하고 널찍하고 흥미롭고 그리고 지독하게 우울한 곳! 여기에는 쾌활한 것이 없으니 천만다행이다. 지중해 사람들의 압도적인 과장이라곤 없는 곳.’
재미있는 것, 화려한 것만을 찾아 달려가는 현대의 우리에게 모노톤으로 그린 바작의 질척한 그림과 글은 ‘찬란한 우울’을 선사한다. 원제 ‘L'immense solitude’.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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