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담배’ 양지로 진출?…금연조치후 거리 흡연여성 부쩍

  • 입력 2003년 7월 6일 18시 32분


‘어, 이렇게 많았나?’

회사원 김모씨(33)는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커피전문점에 들어섰다가 깜짝 놀랐다. 2층에 유리칸막이로 막아 마련된 흡연장소에 10여명의 여성이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흡연자들이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했다. 1일부터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금연구역이 확대되면서 나타난 신풍속도다. 그동안 화장실 등 눈에 띄지 않는 ‘음지’에서 담배를 피우던 여성들이 ‘공인’된 흡연장소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

백화점과 패션몰 주변에 여성흡연자들이 부쩍 늘었다. 개정 시행규칙에 따라 연면적 3000m²(908평) 이상 사무용 건물과 2000m²(605평) 이상 복합건축물 등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동대문상가의 한 패션몰 관계자는 “여성흡연자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며 “일부 장소는 여성들이 집단으로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동대문상가에서 여성흡연자들이 자주 찾는 곳은 ‘헬로apM’패션몰 뒤편과 두산타워 앞 야외광장. 특히 헬로apM 뒤편은 행인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인 데다 20평 남짓한 공간에 흡연자를 위해 10여개의 의자까지 마련되어 있어 여성흡연자가 가장 많이 몰린다.

흡연 때마다 번번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불편해 하는 여성들은 한 번에 몇 개비씩 몰아피우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한 관계자는 “코엑스몰 앞 광장에도 여성흡연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금연구역 확대가 결국 여성흡연자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 낸 셈”이라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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