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92>覆 蓋(부개)

  • 입력 2003년 7월 8일 17시 37분


覆 蓋(부개)

覆-덮을 부 蓋-뚜껑 개 諸-여럿 제

破-깨어질 파 顚-엎어질 전 面-얼굴 면

지난 번 ‘淸溪川’(청계천)을 설명하면서 ‘覆蓋工事’를 ‘부개공사’로 표기하자 많은 분들로부터 문의가 있었다. 왜 ‘복개’가 아니고 ‘부개’냐는 것이었다. 우선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독자 諸位(제위)께 감사의 뜻을 표한다.

우리 주위에도 이름을 두 개 또는 그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듯이 漢字도 마찬가지다. 언제 누가 어디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漢字가 만들어졌던 당시에는 한 글자에 하나의 형태와 發音(발음), 뜻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가지가 뻗어 分化(분화)가 이루어졌는데 특히 뜻이 심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漢字는 복수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심한 경우, 수십 개의 뜻을 가진 것도 있다.

發音의 경우, 근 99%의 漢字가 一字一音(일자일음·한 글자에 한 가지 발음)이다. 하지만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發音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는데 많은 경우, 5개까지 가지고 있는 것도 있다. 이런 漢字를 破音字(파음자)라고 한다. 다음의 예를 보자. 復(복 부), 惡(악 오), 樂(악 락 요), 說(설 열 세), 射(사 석 야 역), 畜(축 휵 휴 추), 契(계 글 결 설 거), 敦(퇴 대 돈 단 조)등….

재미있는 것은 漢字의 發音은 매우 중요하여 같은 글자일지라도 發音이 달라지면 뜻도 함께 달라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惡은 ‘악할 악’, ‘싫어할 오’이므로惡德(악덕), 嫌惡(혐오)라는 말이 있으며, 樂은 ‘풍류 악’, ‘즐길 락’. ‘좋아할 요’이므로 音樂(음악), 快樂(쾌락), 樂山樂水(요산요수)라는 말이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뜻이 다르다면 당연히 發音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演說(연설)과 遊說(유세), 往復(왕복)과 復興(부흥) 등으로 發音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覆’ 역시 破音字로 ‘복’과 ‘부’ 두 가지의 發音을 가지고 있다. 즉 ‘엎어지다’면 ‘복’, ‘덮다’. ‘가리다’면 ‘부’로 읽어야 한다. 전자의 경우, 顚覆(전복·차가 뒤집어짐)과 覆盆(복분· 물동이를 뒤집음, 곧 소나기)이 있다. 반면 뚜껑을 덮어씌우거나 얼굴 따위를 가리는 경우라면 당연히 ‘부’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覆蓋工事’와 ‘覆面强盜’는 각기 ‘부개공사’, ‘부면강도’로 잃어야 옳은 것이다.

이처럼 분명 틀렸지만 습관적으로 굳어져 사용되는 경우를 ‘約定俗成’(약정속성) 현상이라고 한다. 다음 회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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