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1957년 국제대회인 미스 유니버스 참가자를 뽑기 위해 시작됐다.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한국을 대표하는 미의 사절’을 뽑는 행사다.
이에 비해 올해로 12회째인 슈퍼모델 선발대회는 디자이너의 의상을 빛내줄 최고의 ‘옷걸이’를 발굴하기 위한 상업적인 대회다. 이 대회 본선 진출자의 70%가 패션모델로 활동중이다.
대회 목적이 다르므로 참가 자격이나 심사 기준 등도 차이가 크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참가 자격은 만18세 이상 24세 미만의 여성으로 고교 졸업 이상이다. 나이는 5개 국제대회 참가 기준을 고려했고 국가를 대표하는 미인이 되려면 고교 졸업 이상은 돼야 한다는 판단에서 학력 제한을 두었다.
슈퍼모델은 학력 제한은 없고 참가 가능한 나이가 만 16세 이상 24세 이하로 미스코리아보다 연령제한 하한선이 두 살 적다. 잠재력 있는 지망생을 조기에 발굴해 일류 모델로 키워내기 위해서다. 일종의 영재교육인 셈이다. 한편으로는 서구적인 체형과 신선한 얼굴을 선호하는 ‘시장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기도 하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심사위원이 20명이다. 심사위원단은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미인을 뽑기 위해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로 구성된다. 올해 대회는 이수성 전 총리가 위원장을 맡았고 고승덕 변호사, 영화배우 박상면, 변정주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이충희 고려대 농구감독 등이 위원으로 참가했다.
대회 주최측은 “현대적이면서 조형적이지 않은 미인을 뽑아 달라”는 주문만 할 뿐 구체적인 심사는 위원들의 몫이다. 올해 심사에 참여한 오갑성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과장은 “미스코리아의 역할이 미의 사절이기 때문에 아름다우면서도 호감을 주는 외모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고 말했다. 예쁘지만 새침하거나 가까이 하기 어려운 ‘얼음공주형’은 피했다는 것.
위원들마다 채점기준은 다르지만 대체로 외모와 말솜씨 등 기본적인 소양의 비중이 6 대 4, 외모 가운데 얼굴과 몸매의 비중이 다시 6 대 4 정도 된다. 이른바 ‘소양’의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인지 역대 미스코리아들은 학벌이 좋은 편이다. 올해 미스코리아 진 최윤영씨(20)는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1학년생이었고 지난해 금나나씨(20)는 경북대 의예과 1학년 재학 중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됐다.
슈퍼모델은 얼굴보다는 몸이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미스코리아 형은 안 뽑는다”는 말을 한다. 얼굴이 예쁘면 옷이 죽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불러주지 않는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에 팔과 다리가 곧고 길어야 한다. 얼굴은 작고 깨끗하며 눈이 가로로 길고 콧대가 살아 있어야 한다. 말 걸고 싶은 미인보다는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 있는 인상이 선호된다.
올해 미스코리아 본선 진출자 56명의 평균 키는 170.4cm, 몸무게는 51kg이고 슈퍼모델은 175.2cm에 52.6kg이다. 슈퍼 모델 선발대회의 후보들이 더 크고 마른 체형임을 알 수 있다.
요즘 디자이너들은 패션쇼 무대에 서기 가장 좋은 체형으로 178cm에 깡마른 스타일을 든다. 175cm가 안 되는 모델은 일거리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
슈퍼모델 선발대회는 키가 165cm 이상이면 참가할 수 있지만 실제 본선 진출자의 절반가량은 175cm가 넘는다. 나머지는 슈퍼모델로 선발이 돼도 패션쇼 무대에 서기보다 대회 참가 경력을 활용해 방송 진행자나 CF 모델로 활동하게 된다.
대회의 기본 목적이 패션모델 발굴이기 때문에 키가 큰 후보들이 등위 안에 들 가능성이 많다. 지난해 대회에서 1등을 한 이기용양(18)은 키가 180cm였고 2위 김지혜씨(20)는 176cm, 3위 박경은씨(21)는 179cm 였다.
미스코리아 후보들은 원피스 수영복 차림으로 체형 심사를 받지만 슈퍼모델 후보들은 체형복을 입는다. 체형복이란 몸에 딱 들러붙고 뱃살이 드러나는 탱크톱에 하의로 드로어즈 팬츠를 입는 것으로 원피스나 비키니 수영복과 달리 몸의 군살이나 결점을 감출 수가 없어 후보자들에게는 ‘가혹한’ 의상으로 악명 높다. 심사는 패션협회와 모델협회 임원, 디자이너, 사진작가 등 이 분야 전문가들이 한다.
본선 대회에서 미스코리아 후보들은 미의 사절답게 우아하고 기품있게 보이려고 애쓰고 슈퍼모델 후보들은 직업인답게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강조한다. 미스코리아는 ‘얼굴’이 강조되도록 머리를 잔뜩 부풀리는 헤어스타일을 선호한다. 일명 ‘사자 머리’다. 반면 슈퍼모델은 몸매를 강조하기 위해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고 머리는 생머리로 늘어뜨리거나 뒤로 단정하게 빗어 넘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홍천=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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