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관한 기본 상식에 비춰보면 어긋나는 일이다. 레드 와인에 많이 함유된 타닌 성분은 떨떠름한 맛을 내는데 레드 와인을 차게 하면 이 떨떠름한 맛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는 있는 법. ‘보졸레 빌라주’는 레드 와인이지만 떨떠름한 맛이 적어 차게 해도 나쁘지 않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중간 단계인 로제 와인도 여름에 마시기에 적당하다. 와인 가운데서 유일하게 얼음을 띄워서 마시는 와인이기 때문.
대유와인 김새길 팀장의 조언으로 2만∼3만원대(와인숍 기준) 와인 가운데 여름철에 마시기 좋은 제품을 골라 봤다. 베이커리 아루의 김원선 사장은 집에서 간단히 만들 수 있고 와인에 곁들이기에 적당한 안주를 추천했다.
●레드
‘보졸레 빌라주’는 프랑스의 와인 전문가들이 “차게 해서 마셔도 좋은 레드 와인”으로 인정한 제품이다. 과일, 꽃향기가 풍부하다. 차게 해서 마실 때는 11∼12도가 적당하다. 얼음통에 20분 가량, 냉장고에 2시간 가량 보관하면 이 온도가 된다. 안주로는 햄과 치즈를 얹은 카나페를 곁들이면 좋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나파벨리에서 생산되는 레드 와인 가운데는 ‘베린저 레드 진판델’을 꼽을 수 있다. 이 와인 역시 10도 안팎으로 차게 해서 마시기에 좋은 제품.
●로제
로제 와인에 탄산수나 시럽을 첨가하고 얼음을 띄우면 가장 간단한 와인 칵테일 완성. 유럽에서는 이렇게 만든 칵테일을 음료수 대용으로 마시기도 한다. 프랑스 론 지역에서 생산되는 ‘타벨 로제’는 연한 황갈색에 잘 익은 살구향을 내는 와인이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포도를 100% 수작업으로 골라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도 로제 와인이다. 딸기향과 달콤한 시트러스향이 특징. 호주 와인 가운데선 ‘마운트 벤슨 시라 로제’가 대표적이다. ‘타벨 로제’ 생산자인 엠 샤푸티에가 호주에서 생산하는 와인.
로제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는 닭강정과 삶은 브로콜리. 닭강정의 매콤한 맛은 와인의 향기를 앗아갈 수 있다. 하지만 로제 와인은 단맛과 신맛이 적당히 강해 매콤한 맛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화이트
김새길 팀장은 칠레산 ‘샤르도네 리저브’를 추천했다. 태평양 연안 카사블랑카 밸리에서 생산되는 와인. 황금빛을 띠고 있고 파인애플, 망고, 레몬 등의 과일 향기가 복합적으로 풍긴다. 여기에 구운 토스트에서 나는 냄새가 약간 스며 있는 게 특징.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과정에서 밴 냄새다.
곁들일 스낵으로는 햄과 치즈를 주요 재료로 한 샌드위치면 충분하다. 화이트 와인에는 해산물 요리가 적당하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햄, 치즈, 닭고기 등도 어울린다는 설명.
이탈리아산 ‘빌라 무스카데’는 단맛이 다소 강해 디저트용으로 좋다. 케이크, 아이스크림과도 어울린다. 10도 이하의 온도에서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독일산 ‘블랙타워 화이트’와 칠레산 ‘칼레나 샤르도네’도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제품.
●기타
분위기를 좀 더 고급스럽게 이끌어내고 싶으면 다소 무리를 해서 ‘브뤼트 프르미에’를 선택해 본다. 8만원대의 고급 샴페인이다. 18세기부터 샴페인을 만들어 제정 러시아의 황제에게 공급했던 루이 뢰더러사의 대표적인 제품. 약 4년간 숙성시켜 사과향을 풍부하게 한다.
병의 목 부분까지 파묻히도록 얼음통에 넣고 30분가량 지난 뒤 마시거나 냉장고에서 4시간 정도 차게 해서 마시면 좋다. 굴, 가재 같은 해산물이 어울린다. 간단한 스낵으로는 연어를 재료로 한 샌드위치가 적당하다.
와인을 기본으로 한 칵테일로는 ‘샹그리아’를 꼽을 수 있다. 레드 와인에 탄산수, 설탕, 오렌지 등을 넣어서 만드는 스페인의 대중적인 술. 특별한 제조법은 없다. 취향에 따라 설탕이나 진, 브랜디, 럼 등을 넣어도 좋다. 섞은 뒤 최소한 2시간 지난 뒤 마시는 게 좋다. 샹그리아에는 술의 단맛을 더욱 강하게 해주는 과일 타르트 같은 달콤한 안주류가 잘 어울린다.
와인나라가 이달 중순부터 백화점, 호텔 등에서 판매하는 ‘셀라비’도 혼합주의 일종. 화이트 와인에 사과, 오렌지, 귤 등으로 만든 과실주를 섞었다. 가격이 3000원 선으로 맥주처럼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음료다.
글=금동근기자 gold@donga.com
사진=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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