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어머니의 젖(모유)은 ‘신성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 중세 서양화에서 성모 마리아는 대개 그의 젖을 빨려고 하는 아기 예수와 함께 그려졌다. 그리스신화에서 젖은 불멸을 상징했다.
제우스와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는 여신 헤라의 젖을 먹었던 덕에 인간이면서도 불사의 존재가 됐다.
헤라클레스가 헤라의 젖을 너무 세게 빨았기 때문에 헤라는 헤라클레스를 떼어냈고, 그 젖이 하늘로 튀면서 은하수가 생겼다.
현대에도 이런 인식은 별로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라레체연맹(국제 모유수유엄마들의 모임)의 표현대로라면 모유는 ‘기적의 물질’이다. ‘만병통치약’ ‘궁극적인 생물학적 액체’ ‘인간의 권리’ 등 무수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런데 만약 유리잔 가득 담아 냉장고에 넣어둔 모유가 있다면 당신은 그것을 마실 것인가. 당신의 반응은 아마도 이럴 것이다.
“아무리 ‘신성한 물’이라지만….”
이 책은 모유에 대해서 ‘냉철하게 생각할 것’을 권한다. 실제로 모유를 먹인다고 모든 아이가 제인 오스틴이나 아이작 뉴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젖샘은 땀샘이 변형된 것이다. 젖 생산은 임신 중반쯤에 시작되고, 여러 종류의 호르몬이 작용한다. 어머니의 영양 상태가 달라도 비슷한 성분의 젖이 생산되는 것은 인간이 가진 신비 중 하나다. 이 책은 이 밖에도 다양한 과학적, 사회학적인 고찰을 통해 ‘젖’에 대해 가지고 있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젖에 관한 부분은 이 책의 한 장에 불과하다. 이 책은 여성 염색체부터 자궁, 가슴, 난소 등 다양한 주제로 여성의 몸에 관한 ‘내밀한 궁금증’을 명료하게, 그러나 차갑지 않게 풀어냈다. 단순히 ‘남자의 몸’과 비교하기보다는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여성의 눈’으로 본 여성을 흥미롭게 펼쳤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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