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설탕을 넣으면 달다.”
설탕 통에서 가루설탕을 떠서 하나 둘, 스푼으로 커피를 젓고는 마셔 보았지만 그래도 썼다. 셋, 넷, 이번에는 너무 달아 입안이 끈적거렸지만, 남자가 보고 있어 맛있는 척 마셔야 했다.
“잠이 싹 가실 거다. 이제 다롄까지 졸지 않고 갈 수 있을 거야.” 남자는 담배를 한 대 꺼내 피워 물고 일어서서 카운터에서 계산을 했다.
이등실을 지나 일등실로 온 소녀는 새삼스럽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등실은 네 명이 마주보고 앉는 의자인데, 일등실은 두 명씩 열차의 진행 방향으로 앉는 의자고, 앞좌석과의 사이도 넉넉했다.
다소 거칠게, 마치 도리질을 하듯 기적이 울리자 문이 열리면서 나무 상자를 든 급사 청년이 들어왔다.
“구두 닦으러 왔습니다.”
“서두를 거 없으니까 깨끗하게 닦아줘.”
“알겠습니다.” 청년은 두 무릎을 바닥에 꿇고 나무 상자에서 구두약과 수건을 꺼내 남자의 구두를 닦기 시작했다. 그 얼굴이 무척 영리해 보였다.
“만주 사람인가?”
“…예.”
“맞혔군. 그 선생보다 적중률이 높아.”
남자는 팁으로 20전을 청년의 손바닥에 떨어뜨렸다.
“고맙습니다.” 청년은 고개를 숙인 채 승무원 대기실로 돌아갔다.
다롄에는 19시45분에 도착했다. 소녀는 고개를 돌려 어깨 너머로 새파랗게 빛나는 레일을 바라보았다. 집을 나선 후 두 번째 맞는 밤이다. 삼랑진 역에서 ‘대륙’을 탄 것이 먼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밀양은 등 뒤로 한참이나 멀어졌다. 이제 다시 내가 밀양을 볼 날은, 앞으로 3년 후…아니지, 그 전에 밀양이 그리워서 눈을 뜨나 감으나 밀양을 꿈꾸게 될 거야….
“이 역사는 도쿄의 우에노역을 본떠서 만든 것 같은데, 우에노역보다 훨씬 아름답지….”
“나, 우에노역 구경한 적이 없어서….”
“하하하하, 그렇구나.”
남자는 좀처럼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우스운 거지? 술에 취했나봐, 맥주 두 잔에 백주를 다섯 잔이나 마셨으니까. 그런데도 걸음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네. 술에 취하면 기분이 어떨까….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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