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유머러스하고 경쾌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자랑하는 가방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트렌드 세터들도 다소 무겁고 공식적인 느낌이 드는 고급 유명 브랜드의 가방 대신 실용적이고 디자인이 참신한 캔버스 소재 또는 나일론 소재 가방을 선호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부터 올 봄 사이 실용성과 디자인을 강조한 국내외 액세서리 브랜드들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첫선을 보여 인기를 끌고 있고 올 여름 패션 트렌드가 캐주얼, 스포티라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행에 맞는 여름 가방에, 남은 여름을 담아보자.
●튼튼한 캔버스백
면사로 강하고 치밀하게 직조한 소재인 ‘캔버스’로 만든 가방이 예년에 비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장식 없는 심플한 디자인보다는 화려한 장식이 붙어 있거나 그림이 그려진 디자인이 많다.
반짝이는 스팽글 장식을 세로로 길게 두 줄 박은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바네사 브루노’의 스팽글 보스턴백과 토트백은 최근 서울 강남지역 여성들 사이에 인기다. 보스턴백 가격이 29만 8000원. ‘바네사 브루노’는 올 2월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역시 같은 시기 국내에 처음 소개된 뉴욕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도 브랜드 출범 10주년 기념 가방 ‘디케이드 노엘’을 캔버스로 제작했다. 검은색, 흰색, 빨간색의 문자와 숫자를 단순하게 그래픽화한 디자인. 사이즈별로 30만∼ 40만원대. 여성을 일러스트화한 캔버스 가방은 28만원대다.
홍콩 브랜드 ‘치치 뉴욕’은 캔버스 소재 가방 위에 올 여름 목걸이 귀고리 등 액세서리 소재로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자개를 붙였다. 손잡이는 대나무로 만들었다. 19만 5000원. 역시 캔버스 소재 위에 디자이너가 직접 손으로 그린 ‘마법의 부엉이’ 일러스트백(24만 5000원)과 TV드라마 ‘여름 향기’에서 탤런트 손예진이 들고 나와 관심을 모은 레몬색 캔버스백(16만 5000원)도 있다.
캔버스백은 리넨 소재 원피스, 마 또는 면 소재 민소매 상의와 스타일링했을 때 잘 어울린다.
●화려한 나일론백
캐주얼한 나일론백도 보다 화려하고 요란해졌다. 글자, 숫자 등을 그래픽화한 디자인이 많다.
레스포색의 ‘카슈미르’라인은 분홍색 노란색 초록색 등이 고루 섞인 페이즐리 무늬 나일론백. 최근 패션 사업에 뛰어든 록그룹 ‘노다우트’의 여성 보컬, 그웬 스테파니가 레스포색과 함께 만든 나일론 가방은 검은색 바탕에 써 있는 흰색 글씨가 영자 신문 확대판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다. 어깨에 짧게 메는 호보백이 13만2000원. 천진한 표정의 작은 고릴라 인형 마스코트로 잘 알려진 키플링의 ‘이프’ 라인은 ‘정글북’의 작가인 영국의 시인 겸 소설가 러디어드 키플링에서 따 온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그의 시 ‘이프(If)…’의 구절을 파스텔톤 글자로 가방에 가득 적어 놓았다. 중간 사이즈 13만원대.
무늬가 복잡한 나일론 가방은 단색의 원피스나 데님 소재 의류 등에 잘 어울린다.
●가죽과 잎사귀의 변주
가죽 소재 가방은 최대한 부드러운 질감을 내기 위해 가죽을 뒤집어 사용하거나 가죽의 천연 주름을 강조한 가공법을 사용하는 추세다.
‘제덴 액세서리’의 박지연 디자인 실장은 “바랜 듯한 느낌이 나는 각종 파스텔톤, 아이보리, 베이지색 가방이 가장 인기 있다. 예년에 비해 다양한 톤의 빨간색 가방이 크게 늘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모양은 ‘호보백’이라 불리는 반달꼴과 사다리꼴이 많다. 이 브랜드는 나무를 동그랗게 깎아 만든 손잡이를 단, 흰색 가죽 가방을 선보였다.
‘기비’의 ‘제니 양피 가방’은 양가죽으로 만든 가방 전체에 잔주름을 잡아 풍성한 느낌을 냈다. 가방 표면을 작은 꽃무늬 모양으로 부분적으로 뚫어 캐주얼한 느낌.
왕골 등 식물의 줄기 또는 잎으로 만든 가방의 인기도 이어지고 있다.
열대 식물인 야자잎으로 뽑은 섬유 ‘라피아’를 소재로 사용한 ‘헬렌 카민스키’의 ‘그레나다’ ‘모나코’ ‘바바도스’ 라인 가방은 큰 토트백 스타일로 넉넉한 사이즈와 고급스러움이 ‘귀족들의 피크닉 가방’을 연상시킨다. 50만∼60만원대.
글=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사진=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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