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연꽃 잔치'…궁중유물전시관 앞마당서 9월 14일까지

  • 입력 2003년 7월 31일 18시 37분


요즘 서울 덕수궁에 가면 무성한 나뭇잎 사이에서 울려 퍼지는 청아한 매미 울음소리가 사람을 먼저 반긴다. 녹음다운 녹음을 만나보기 어려운 도심에서 고궁은 도시민의 훌륭한 휴식처가 아닐 수 없다. 덧붙여 각양각색 의연한 자태의 연꽃까지 감상할 수 있다면 여름 한나절의 운치로는 손색이 없을 듯.

덕수궁 궁중유물전시관(관장 강순형) 앞마당에서는 지난달 12일부터 ‘고궁과 연꽃의 아름다움 전’이 열리고 있다. 9월 14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에는 연꽃과 수련(睡蓮) 250종, 500분(盆)이 선보인다. 이제 막 뻗어 오른 홍련 봉오리부터 만개한 어리연까지 다양한 모습의 연꽃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이들 연꽃은 공주대 금강생태공원개발연구센터(소장 서승염)가 2000년부터 수집한 것으로 국산 자생종과 외래종이 망라돼 있다. 희귀종 열대 수련도 20종이나 선보였다. 연꽃은 전 세계적으로 800종이 자생하고 한국에는 남부지방에 20여종의 자생종이 있다.

예로부터 연꽃은 고운 자태와 은은한 향기로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조선 초기 문신인 강희안(姜希顔·1417∼1465)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청풍명월에 진한 향기의 연꽃과 그 사이에서 노니는 물고기를 보며 옷깃 풀고 노래를 읊조리면 몸은 묶여도 맘은 벗어난다”고 썼다. 중국 송대의 유학자 주돈이(周敦이·1017∼1073)는 ‘애련설(愛蓮說)’에서 “흙탕물에서도 맑고 깨끗이 피고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욱 맑아 군자(君子)다”라고 연꽃을 묘사했다.

또 연에는 체내의 노폐물을 흡착해 배출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민간에서는 “연이 피를 맑게 하고 해독작용을 한다”는 말이 전해진다. 이번 전시와 더불어 2일 오후 3시 덕수궁에서는 서승염 교수가 ‘연, 연꽃의 아름다움과 정화능력 및 재배법’을 주제로 강의한다. 02-771-9952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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