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가느다란 달인데도 있는 것하고 없는 것하고 전혀 다르네…멀리까지는 안 보여도, 배 주변은 뿌옇게 밝으니까 말이야…어제도 엊그제도 구름이 잔뜩 끼어서 사방이 캄캄하고, 갑판에 나와도 갇혀 있는 것처럼 숨이 답답했다. 하지만 난, 배는 싫어, 계속 토하기만 하고, 속이 울렁거려서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고…기차는 덜컹덜컹 흔들리기만 하니까 오히려 신도 나고, 바깥 경치 구경하는 것도 재밌는데, 배는 싫어! 내일이면 끝나니까 아무튼 참기는 하지만, 하루 더 걸린다고 하면 어쩌지…하고 생각하는 순간, 몸속에서 심한 토악질이 꿈틀꿈틀 기어 올라왔다. 정말 싫어! 토할 것도 없고, 너무 토해서 목구멍까지 아픈데. 속은 한시도 쉬지 않고 울렁거리고, 판자때기처럼 죄어오는 두통 때문에 서 있을 수가 없어서 소녀는 손바닥과 무릎을 갑판 바닥에 대고 토했다. 발소리가 다가오는데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우웩우웩, 아, 힘들어, 엄마, 살려줘, 우웩…하얀 치맛자락…언니다, 언니는 오른손으로 입에 뒤엉킨 머리카락을 거둬 내주고, 왼손으로는 등을 위아래로 쓸어주었다. 괜찮아, 토해, 토하면 괜찮아질 거야…먼 기억의 언저리에서 들려오는 듯 따스하고 정겨운 목소리였다.
글 유미리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