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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라가 알프스 소녀가 되었다. 올해 초 스위스 명예 홍보대사로 임명된 장나라는 지난 5월 스위스 관광청의 초청을 받아 스위스 여행을 다녀왔다. 처음 방문하는 만큼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기만 했다는 장나라가 직접 전하는 스위스 여행기.》
스위스 명예 홍보대사로 임명받아 스위스를 공식 방문하기 전,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 가슴이 설레였다. 스위스에서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2주일(5월12~24일) 동안 스위스 곳곳을 여행한 것은 물론, 화보 촬영과 뮤직 비디오 촬영까지 겸했기에, 사실 빡빡한 일정었지만 역시 스위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나에게 멋진 추억을 선물로 주었다.
우리를 마중 나온 친절한 관광청 직원과 함께 처음 도착한 곳은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답고 아기자기하다는 마을 아펜첼. 가족과 함께 2주간의 미국 여행을 끝내자마자 도착한 터라 몸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것 같았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나 예뻐 졸음이 밀려와도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미국의 디즈니랜드가 인공적이라면 스위스의 아펜첼은 그야말로 동화 속에 나오는 그림 같은 마을이다. 관광청에서는 나를 위해 특별히 스위스 전통 의상까지 마련해주었다. 옷을 제대로 갖춰 입으니 마치 내가 동화 속의 주인공,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된 것 같은 기분에 풀밭을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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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펜첼 마을을 떠나면서 우리 일행은 스위스의 자랑이라는 치즈 공장에 들렀다. 멀리 치즈 모양의 대형 간판을 보는 순간 벌써부터 된장 냄새와는 좀 다른 오묘한 냄새가 코끝을 건드렸다.
그렇지 않아도 배가 출출했는데…. 우리는 맛있는 치즈와 빵으로 허기를 채웠다. 스위스산 치즈는 생각보단 그다지 느끼하진 않았다. 아펜첼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스위스 제1의 도시 취리히로 발길을 돌렸다.
걸어서 한나절이면 관광이 가능한 아담하고 예쁜 도시 취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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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창문을 여니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커피색 지붕 위로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5월의 스위스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맑고 청명한 날씨의 연속이라는데 내가 도착한 이후로 유럽의 날씨가 변덕을 부리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누구인가. 씩씩한 장나라 아닌가. 비가 와도 열심히 구경하리!
전날 밤에 도착했을 때, 리마트 강변을 따라 은은하게 펼쳐지는 야경이 참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보는 취리히는 비가 오는데도 오히려 맑고 청명한 기운이 감도는 게 더욱더 새롭고 흥미로운 도시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취리히 시내를 구경 하는 날. 스위스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해 적어도 서울 정도는 되겠지 싶었는데 웬걸? 걸어서 한나절이면 시내 관광이 가능할 만큼 작았다. 그렇지만 정말 아담하고 예쁜 곳이다. 특히 도시를 가로지르는 리마트강과 아름다운 호수를 중심으로 중세 분위기가 나는 구시가부터 최첨단 유행이 숨쉬는 신시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근사한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니 입에선 연신 감탄사가 쏟아졌다.
그리고 방문한 곳은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초콜릿 숍 스프륑글리. 1836년에 만들어진 가게라는 설명을 듣고 입이 떡 벌어졌다. 이 초콜릿 숍에는 정말 먹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예쁘고 근사한 초콜릿이 가득했다.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초콜릿은 바로 5월에만 만든다는 메이 비틀. 글자 그대로 어른 주먹 두개만한 딱정벌레. 모양이었다. 징그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너무 앙증맞고 귀여웠다. 초콜릿 가게가 있는 거리는 반호프스트라세로 유럽에서 아주 유명한 쇼핑 거리 중 하나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번쩍거리는 시계 숍에서부터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상점들로 가득하다(장나라는 물론 윈도 쇼핑만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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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에서 3일째 되는 날, 모처럼 만에 새파란 하늘을 보니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대도시의 하늘 색깔이 저렇게 맑고 파랗다니 정말 놀랍다. 서울에서도 저렇게 맑고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시계. 시계의 나라 스위스의 모습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먼저 방문한 곳은 스위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시계 숍 ‘부커러’. 과연 그 안에는 세계의 명품 시계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너무나 고맙게도 나의 스위스 방문에 대한 보답으로 부커러에서 예쁜 시계를 선물로 주셨다.
내친김에 우리는 시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베이어 시계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는 16~20세기를 걸쳐 변화해온 시계들을 모두 볼 수 있었는데 시계라기보다 예술작품 같다. 모래시계, 물시계, 기름시계, 해시계… 세상에나…. 어떤 시계는 무시무시한 고문 기계처럼 생겨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있었다. 이런 시계 하나 구입해서 시간도 확인하고 나쁜 짓 하는 사람들을 혼내주는 데 사용하면 진짜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든 취리히를 뒤로 하고 우리 일행은 중부 스위스의 대표 도시인 루체른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무엇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 카펠교. 14세기 초에 세워진 이 다리는 지붕까지 갖춰진 모습으로 루체른 거리의 상징이라고 한다. 예쁜 꽃들로 장식되어 있는 다리 난간에 기대어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들을 보니 은근히 부러워지면서 나도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꼭 붙잡고 함께 거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만년설로 뒤덮인 얼음 나라 티틀리스산으로 향했다. 세계 최초로 생겼다는 회전 공중케이블인 로테르를 타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는데 특이한 것은 좋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난 수명이 10년쯤 단축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일단 정상에 올라가니 눈앞에 펼쳐진 순백색의 풍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 엄청난 급경사를 이룬 산임에도 스키를 타고 지나간 자국이 군데군데 보인다. 정말 못 말리는 스키 마니아들의 흔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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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천국’ 티틀리스산에서 먹은 라면 맛 잊을 수 없어
눈으로 뒤덮인 산 위에서 찬 바람을 계속 맞았더니 따뜻한 국물이 그리웠다. 눈치 빠른 우리 아빠, 갑자기 여기저기 뛰어다니시더니 급하게 엄마를 찾는다. 그리고 잠시 후, 근처에 예약한 중국 음식점에서 엄마가 직접 끓인 라면을 가지고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밥과 매운 음식에 굶주려 있던 우리 일행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뜨끈한 라면 국물과 면발에 행복해했다.
라면 국물로 속을 달랜 후 유럽의 지붕이라는 융프라우에 올랐다. 해발 3454m라는 어마어마한 높이까지 기차를 타고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기대에 부풀었다. 자전거 속도 정도 밖에 안되는 느림보 등산철도를 갈아타는 지점에는 장난감같이 빨갛고 앙증맞은 기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귀여운 기차가 저 험한 얼음산을 뚫고 올라가다니…. 우린 모두 이렇게 외쳤다. “정말 대단한 녀석이군!!!”
아! 하지만 이런 즐거운 기분도 잠시뿐, 고도가 높아지면서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머리도 띵하고 속도 울렁거리고 심장이 두근두근…. 왜 그런가 했더니 가이드가 “올라갈수록 산소량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꼭대기에 올라가면 빠르게 걸어서도 안된다고 한다. 그리고 혈압이 높거나 심장병이 있는 사람들은 융프라우에 오르면 안된다고 했다.
지금까지 스위스 여행중에 한국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없었는데 이곳에 오니 유난히 한국인들이 많았다. 나를 보고 저 멀리서 뛰어와 반갑게 인사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니 나 역시 고맙고 반가운 마음이 든다.
물론 스위스를 여행하기 위해 왔지만 마냥 놀러만 온 것은 아니다. 몽트뢰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방송 대상 시상식 ‘골든 로즈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몽트뢰는 세계적인 음악도시이자 축제도시로, 재즈 페스티벌을 비롯하여 각종 음악 축제가 많이 열리는 곳이다. 따라서 음악인들에게는 각별한 느낌을 갖게 하는 곳이다. 나 또한 가수 입장에서 이곳에서 뭔가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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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석한 골든 로즈 페스티벌은 퀴즈쇼, 코미디, 다큐멘터리 등 각 방송 분야별로 세계 최고의 프로그램을 뽑는 행사다. 마침 퀴즈쇼 부문에 KBS 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이 수상 후보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 반가웠다.
시상식에 앞선 간단한 칵테일파티에서 나는 스위스 관광청 부사장의 소개로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되었다. 시상식이 시작되자 무대 위에서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나의 순서를 기다렸다. 나는 음악 부문 브론즈 로즈, 실버 로즈 수상자를 호명하고 직접 트로피를 전달했다. 휴~ 실수할까봐 걱정했는데 나름대로 잘 해낸 것 같다. 어쨌든 이 시상식을 시청할 전세계의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고 한국에 대해 좀더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이런 무대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게 될 날도 있겠지. 아무튼 나에겐 좋은 자극제가 된 것 같다.
이 행사를 마치고 나니 또 다른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뮤직 비디오팀이 도착한 것이다. 우리는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물색하여 새로운 뮤직 비디오 촬영에 들어갔다. 첫 방문지는 ‘레 디아블레레’라는 마을 뒤편에 있는 산이다. 스위스에 있는 마을 뒷산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만한 뒷동산이 절대 아니다. 마을 이름이 빙하 위에 있는 암석에서 악마들이 게임을 즐겼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는 말을 들으니 왠지 으스스했다.
최신식 125인승 곤돌라를 타고 산 정상에 올랐다. 날씨가 흐려 시야가 좋지는 못했지만 신기하게 생긴 스노버스도 타보고 스위스의 유명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멋진 레스토랑에서 따뜻한 코코아 한잔으로 꽁꽁 얼어붙은 몸도 녹였다. 다소 힘들고 지쳤지만 보기만 해도 아찔한 헬리콥터 속에서 칼바람을 참아내며 촬영해준 감독님과 모든 스태프들을 생각하니 내가 좀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을 모두 하얗게 지워버린 것만 같은 순백의 얼음나라를 떠나 이동한 곳은 바로 스위스의 대표적인 고성인 쉬용성. 호수 위에 우아하게 자리잡고 있는 성의 모습이 근사했다.
안에 들어가 보니 바이런이 썼다는 ‘쉬용의 죄수’에 나오는 지하 감옥도 볼 수 있었다. 한줄기 빛만 간신히 들어오는 캄캄하고 깊은 굴을 보니 여기서 공포영화 한편 찍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내친김에 근교의 그뤼에르 지역으로 이동하여 치즈로 유명한 그뤼에스성에 들러 성벽을 배경으로 뮤직 비디오 촬영을 했다. 스위스의 공주 장나라. 후훗. 생각만 해도 기대된다.
차가 들어갈 수 없는 무공해 청정지역, 체르마트 마을
레만 호수의 끝자락에 있는 국제 도시 제네바를 방문하는 날. 스와치 숍에서 스위스 명예 홍보대사인 나를 초대하여 스와치 시계의 역사와 시계들을 보여주었다. 과연 시계의 나라답게 독특한 시계들이 많았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가수 필 콜린스가 직접 제작한 시계. 언젠가 나도 내 이름을 건 시계를 만들 수 있을까?
스와치 매장을 벗어나 제트 분수에서 촬영하기 위해 이동했다. 물줄기가 100m 이상 올라간다는 화제의 그 분수를 보았다. 레만 호수를 끼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죽 늘어서 있고 그 한가운데에 마치 제트기가 허공을 가르며 올라가듯이 시원한 물줄기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말이 호수지 레만호는 바다 같다.
호수 촬영이 끝난 뒤 제네바 대학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학 공원 앞에 펼쳐진 거대한 체스판이 신기해 스스로 말이 되어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그러나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비 때문에 오래 머물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스위스의 마지막 방문지는 천하의 명봉, 마테호른을 만날 수 있는 체르마트.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로고에 나오는 산이 바로 마테호른이다. 체르마트는 무공해 청정 지역으로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다. 그래서 우리 일행도 체르마트 전 마을에서 내려, 기차를 타고 마을로 들어갔다. 차 없이 다닌다는 게 불편하기도 하련만 무공해 자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공기가 유난히 신선하고, 맑은 느낌이다.
마을 내에서는 앙증맞게 생긴 전기 자동차로 다녔다. 사실 걸어다녀도 될 만큼 작은 마을이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귀엽게 생긴 차를 타볼까 싶어 열심히 탔다. 체르마트에서 촬영을 마치면서 스위스 여행 일정은 그럭저럭 정리되었다. 이제 며칠간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푹 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2주 동안 스위스 곳곳에서 보고 느낀 것은 이 나라가 단순히 자연으로 관광 대국이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산악 마을 구석구석까지 연결된 철도, 언제나 깨끗한 거리,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 여행자들에게 너무나 편리하고 친근감 드는 시설들…. 아름다움을 원래 모습 그대로 느끼기 위해선 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 기획·최미선 기자
■ 사진·스위스 관광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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