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소녀를 껴안아 일으켜 객실 벽 가로 가서, 갑판에 앉아 벽에 기댔다. 내 머리는 언니의 허벅지 위에 있다, 부드럽다, 떡처럼 말랑말랑한 허벅지…싸늘한 손이 뺨을 쓰다듬고, 눈에 고인 눈물을 살짝 닦아주었다.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 갈 때
치마끈에 달랑달랑 채워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신다 버린 신짝인가요
우리 아기 아장아장 걸음 배울 때
한 짝 발에 딸각딸각 신겨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빗다버린 면빗인가요
우리 누나 방아 찧고 아픈 팔 쉴 때
흩은 머리 곱게곱게 빗겨줬으면
소녀는 앞 머리칼을 빗겨주는 하얀 손가락에서 빛나는 금빛 쌍가락지를 보았다. 왼손 약지….
“…몇 살인가예?”
“열일곱.”
“…결혼했나예?”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가락지….”
“아아…그래…결혼했어.”
여자는 고개를 뻗어 달을 보았다. 소녀는 하얗고 긴 목과 초승달 조각처럼 갸름한 턱을 바라보면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찰싹 찰싹 찰싹 찰싹…들리는 것은 물소리뿐…소녀는 침묵을 채 견디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달이 참 예쁘네예, 별도 아주 많고….”
“하늘은 어딜 가나 같은 하늘이니까…안성이나…밀양이나…우리가 가고 있는 무한이나….”
“아저씨는….”
“아저씨…없어…열네 살 가을에 머리 올렸는데…열여섯 살 겨울에 없어졌어….”
“…돌아가셨습니까?”
“아니, 살아 있어…아마…살아 있을 거야…8월 말에 아들을 낳았는데, 백일잔치 끝내고 그 다음 날이었지…저녁밥 다 먹고 애기 젖 주고 있는데, 할 얘기가 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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