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옥토버훼스트 방호권 이사 '獨맥주유학' 결실

  • 입력 2003년 8월 10일 18시 24분


한국인 최초 맥주 마이스터이자 유일하게 맥주양조학 석사 과정을 수료한 옥토버훼스트 방호권(오른쪽에서 첫번째) 이사와 독일에서 온 맥주설비 기술자들. -박주일기자
한국인 최초 맥주 마이스터이자 유일하게 맥주양조학 석사 과정을 수료한 옥토버훼스트 방호권(오른쪽에서 첫번째) 이사와 독일에서 온 맥주설비 기술자들. -박주일기자
‘맥주학(學) 석사.’

브루잉 레스토랑 옥토버훼스트(www.mbeer.co.kr) 방호권(方皓權·31) 이사의 최종 학력이다. 방씨는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맥주의 고향 독일에서 5년 과정의 맥주양조학 석사 과정을 마친 ‘원조’ 맥주 전문가다.

방씨는 대학(식품공학과) 2학년이던 1994년 미국 시사잡지에서 우연히 마이크로 브루어리(소규모 양조장)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 맥주 양조에 눈을 돌렸다. 한국에도 언젠가는 이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그는, 97년 대학 졸업식도 마치기 전 독일로 건너가 세계 최고의 맥주 전문가 양성기관으로 꼽히는 뮌헨공대 바이헨슈테판 연구소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장인(匠人)의 길은 혹독했다. 외국인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아 무보수로 바닥 청소부터 시작한 끝에 겨우 실습 자리를 얻었다. 한 번은 방씨의 실수로 제조 과정에서 맥주가 감염된 일이 있었다. 2t 규모로 한국 돈으로는 2000만원어치였다. 당시 스승은 망설임 없이 맥주를 전부 쏟아버렸다. 눈물이 절로 났지만 ‘쟁이’에서 ‘장인’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허리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시큼한 냄새 가득한 맥주 제조창에서 밤을 새우기 일쑤였던 그를 독일인들은 ‘동양인 악바리’라고 불렀다.

2002년 졸업과 함께 한국 최초로 소규모 양조장 체제로 출범한 옥토버훼스트에 합류한 뒤로는 ‘한국형 맥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맥주 맛이 살아 있는 최적 온도는 7∼9도. 그러나 찬 맥주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 때문에 방씨는 5∼7도로 낮춰 만든다. 그는 “맥주가 너무 차면 향이 약해지고 입 속이 차가워져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 하나, 맥주를 맛있게 먹으려면 거품이 잔의 5분의 1가량 되도록 따르는 편이 좋다는 게 그의 귀띔. 향을 맡고 거품을 조금 머금어 입안이 부드러워진 상태에서 맥주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것. 전문 용어로는 ‘아로마’를 음미하는 것이다.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요? 유쾌한 기분일 때 마시는 겁니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기분이 좋아야 술도 맛있다는 얘기다.

8월 말 종로1가 해장국 거리에 옥토버훼스트 종로점 개점 준비로 바쁜 방씨의 꿈은 한국에서 ‘전라 맥주’ ‘경상 맥주’ 같은 ‘지역형 맥주’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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