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과 몸은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서 성격과 기운이 달라진다. 덩치 큰 소는 초식동물로서 풀을 뜯어먹고 살지만 덩치에 비해 온순하다. 호랑이나 사자와 같은 육식동물은 대단히 사나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다루기 어렵다.
날것을 즐겨 먹는 사람은 까다롭고 거친 편이다. 신 김치를 잘 먹던 애인이 날김치를 찾는다면 새로운 애인이 생겼거나 새 일에 대한 전환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음식을 바꾸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팔자가 저절로 바뀐다고 한다.
일본인은 맛있게 먹고 있다는 표시로 후루룩 소리를 낸다지만 우리는 점잖게 식사해야 상격이다. 한국 사람이 그릇을 들고 밥을 먹는다면 거지 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군인 자세처럼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고 식사해야 당당한 기운이 온다. 음식이 사람을 반겨야지 사람이 음식을 쫓아가면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식사 후 혀로 잇몸을 닦는 사람이 있다. 재주가 많고 머리회전이 빠르므로 기회포착을 잘하지만 나한테 좋은 것만 취하는 약은 사람이다. 머리를 밥그릇에 가까이 대고 먹는 사람은 추진력은 뛰어나지만 막무가내 형으로 돈 되는 일이라면 좋지 않은 일이라도 서슴지 않는 스타일이다. 혀를 내밀어서 음식을 혀에 얹어 먹는 사람은 일찍부터 눈치를 봐가며 고생했던 사람으로 악착같은 면은 있어 돈을 모으기는 하나 큰 그릇은 아니다.
음식을 먹는 속도에 따라서도 성격과 운기가 보인다. 빠르게 먹는 사람은 성격이 솔직하나 실수가 많은 타입이며 좋은 운이 와도 오래가지 않는다.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사람은 그만큼 복분이 야무지고 실속 있다. 밥을 너무 느리게 먹어 함께 먹는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사람은 자기만 생각하는 형. 막상 복이 오면 오래도록 자기 것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밥을 먹을 때 밥알을 세듯 먹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작은 일은 취하더라도 큰일을 남에게 뺏길 수 있다. 수저에 밥을 두둑하게 얹어 복스럽게 먹는 사람은 계획성이 있고 오는 복을 잘 챙기는 사람이다. 쩝쩝거리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음식을 먹는 사람은 고생스럽게 일을 해도 대가를 받지 못하며 큰돈을 벌지 못한다. 하지만 얼굴이 돼지 상이면 오히려 부자가 된다. 눈동자를 굴리면서 먹는 사람은 눈치는 빠르지만 의식주에 안정이 없다. 입이 작은데 식사할 때면 입이 커지는 사람이 있는데, 이 경우는 지금은 어렵더라도 장래에 좋은 운이 올 것임을 암시한다.
몇 년 전의 일이다. 큰 기업을 여럿 가지고 있는 어느 회사의 회장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식사 중에 젓가락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또 손으로 가볍게 식탁을 두드리는 게 아닌가. 그게 그분의 식사습관이었다. 좋은 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많은 재물을 불린다거나 유지할 수 있겠다는 식의 듣기 좋은 말은 한마디도 해줄 수가 없었다. 필자는 소개해준 분으로부터 ‘어쩌면 그렇게 말 한마디도 안 할 수 있느냐’는 원망을 수차례 들었다. 얼마 후 그 회사는 부도가 났다.
식습관은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고친 습관은 꾸준하게 유지해서 생활화해야 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식사예절이 반듯하다가도 혼자 있을 때는 아무렇게나 먹는다면 팔자를 바꿀 수 없다. 식사버릇을 고친다는 것은 쉬운 듯해도 어렵다. 늘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혼자 있을 때 상차리기 귀찮아서 아무렇게나 먹으며 스스로를 천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왕이면 예쁜 그릇에, 음악이라도 틀어놓고 식사하면 어떨까. 자신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가족이든 남이든 귀하게 여기는 팔자가 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는가.
인상 연구가 joo3388@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