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손바닥 안의 우주'…승려와 과학자의 '우주담론'

  • 입력 2003년 8월 22일 17시 36분


◇손바닥 안의 우주/마티유 리카르·트린 주안 투안 지음 이용철 옮김/399쪽 1만8000원 샘터

“실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은 불교 철학의 중요한 과업 가운데 하나인데 과학은 우리 세계의 본성에 대해 강력한 통찰력을 많이 제공한다.”(마티유 리카르)

“연구를 하면서 나는 끊임없이 실재, 물질, 시간, 공간 등의 개념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이런 개념들을 대면할 때마다 불교가 이런 개념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트린 주안 투안)

세포 유전학 분야의 과학자로 일하다가 출가해 티베트 승려가 된 프랑스인 리카르와 베트남 출신으로 미국 버지니아대의 천체물리학 교수가 된 투안이 만났다. 리카르는 이미 자신의 아버지인 철학자 장 프랑수아 르벨과의 대담을 엮은 ‘승려와 철학자’(창작시대)로 국내에도 소개됐던 인물.

이 승려와 천체물리학자는 존재와 비존재, 시간과 공간, 우주의 탄생과 영원한 순환, 의식과 물질, 이성과 명상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공동의 주제에 몰입해 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 종교적 진리에 다가가는 승려와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 자연의 법칙을 찾아가는 과학자가 애초부터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진리에 다가갈수록 자신이 가고 있는 길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를 하는 과학자와 자신이 향하고 있는 진리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는 승려의 태도는 매우 대조적이다.

긴 대화 끝에 두 사람은 결국 서로의 영역을 포용하는 ‘성숙한’ 결론에 이른다.

승려는 “자비심이 없는 자는 어떤 가르침도 지니지 못한다”면서도 “지혜와 결합된 뜨거운 자비심만이 우리 마음속에 있는 광석을 용해시켜 그로부터 우리의 심오한 본성인 금(金)을 가려낼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자도 이에 답한다.

“과학은 구도 없이도 일을 해 나갈 수 있다. 구도는 과학 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완전하게 되기 위해 이 둘을 다 필요로 한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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