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부왕과 왕세자의 겸상은 이례적인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부러 겸상을 청해 아들의 숟가락질 하나까지 살피면서 군왕의 풍모를 쌓아 가는지 점검한 것입니다.
왕손에게 입히는 첫 배내옷은 무병장수한 사람의 무명옷을 얻어서 지었다고 합니다. 아프지 말고 잘 자라라는 기원도 담겨 있지만 평생 비단옷을 걸치고 살더라도 검소한 자세를 잊지 말라는 훈계를 담은 것이었답니다.
이번 주 ‘책의 향기’가 주목한 책 ‘조선의 왕세자교육’은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고 모질게 키운다는 묵은 지혜를 선인들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케 해줍니다.
책 읽는 사람 하나 없는 영국의 마을 헤이온와이에 헌책방을 차려 마침내 이 퇴락한 마을을 세계적인 책 명소로 만든 리처드 부스의 자서전 ‘헌책방마을 헤이온와이’(B2면)는 책벌레들을 흥분시킬 만합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청계천의 명물이었던 헌책방들이 청계천 복원과 함께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아 더욱 그렇습니다. 이 책이 일깨워주는 분명한 사실은 부스씨가 세상물정 모르고 거꾸로 가는 돈키호테가 아니라 누구보다도 창조적인 문화산업가라는 점이겠지요.
책의 향기팀 b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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