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00…낙원으로(17)

  • 입력 2003년 8월 22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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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 신민의 서사를 다 제창하고 나자, 어젯밤의 그 군의관이 나타났다.

차렷! 경례!” 받들어총을 한 병사가 구령을 붙이자 여자들은 고개를 숙였다.

“쉬어.” 군의관이 말했다.

“쉬어!”

군의관은 뒷짐을 지고 여자들의 얼굴을 휘 둘러보면서 말했다.

“전쟁이 시작된 지 벌써 1년 반, 전황은 결정적인 시기를 맞고 있다. 우리 군은 이 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무수한 국민을 소집하여 최전선으로 보내고 있다. 너희들 또래의 젊은이들이 내지에 부모와 아내를 남겨둔 채 목숨을 걸고 전쟁에 임하고 있다. 참으로 그 수고를 뭐라 치하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병사들을 아내와 가족을 대신하여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너희들뿐이다. 그러니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너희들을 찾는 병사들에게 아무쪼록 친절하게 대해주기 바란다. 너희들의 따뜻한 마음이 내일을 알 수 없는 병사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지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전선에 나가서도 너희들의 행복을 빌어줄 것이다. 병사들의 기도는 반드시 하늘에 닿을 것이고, 너희들에게는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하늘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우리들의 이 전쟁에 잘못이 없음을. 하늘은 우리 편이다. 대일본제국은 반드시 승리한다. 우리가 승리하면 동양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오고, 너희들의 수고도 반드시 보답 받을 것이다. 지금은 참을 때다. 너희들은 항상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병사들과 마음을 하나로 합하여 오늘도 조국을 위해 몸 바치기 바란다. 이상.”

“차렷! 경례!” 병사가 구령을 붙이자 여자들은 자세를 가다듬고 또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가 군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여자들도 직립부동의 자세로 함께 노래했다.

아침 해 찬란한 조국의

영원토록 변치 않는 위광을

가로막는 저 구름

질풍처럼 쓸어내는 우리의 화포

치르는 전쟁마다

희유의 대승을 거둔

우리 황군 가는 길에

영원토록 함께하는 하늘의 도움 (육군 행진곡 2)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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