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나른한 음악'이 퍼진다 …'라운지 음악' 잔잔한 인기

  • 입력 2003년 8월 25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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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라운지 음반중 하나인 '봄베이 비츠'의 재킷.
인기 라운지 음반중 하나인 '봄베이 비츠'의 재킷.
멋들어진 민소매 원피스와 깔끔한 정장 차림의 남녀들, 세련된 음식과 칵테일, 나지막하게 오가는 담소와 우아한 눈빛…. 요즘 30대 전문직 싱글들이 즐겨 찾는 파티의 밤이다. 이처럼 부드럽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수놓는데 빠질 수 없는 음악이 ‘라운지 음악(Lounge Music)’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젊은층 사이에서 ‘라운지 음악’ 바람이 불고 있다. 90년대 중반 유럽 음악시장을 휩쓴 이 음악이 2002년 음반 ‘부다 바’(Buddha Bar)’가 국내에 소개된 이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 이 음악은 서울 강남의 30대 전문 직장인들을 파고들고 있으며 홍대 앞 카페에서도 라운지 음악을 틀어주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강남-홍대앞 중심 마니아 형성

일찍부터 라운지 음반을 국내에 수입해온 음반사 CNL의 류진현 대리는 “소비자가 아직 특정계층에 한정돼 있어 다품종 소생산 식으로 소개하고 있으나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달 발매된 ‘파티 라운지’(강앤뮤직)는 국내 첫 라이센스 음반으로 한달 사이에 2000장 판매를 기록해 ‘라운지 음반’의 바람을 예고하기도 했다. 음반 종별로 평균 1000∼1500여장씩 나가며 5편까지 나온 ‘부다 바’ 시리즈가 모두 1만여장 나가 베스트셀러로 꼽히고 있다. 음반은 통상 2장의 CD로 구성된 게 많으며 가격은 4만∼5만 원선.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라운지 음악’은 이전에 듣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며 “‘실내 음악’이라는 속성상 대중적인 붐을 이루기보다 소수 마니아 계층의 애호를 집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왜 라운지 음악인가?

라운지 음악의 메시지는 편안함과 자유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성재씨(32)는 ‘부다 바’가 국내에 수입되기 전 친구에게서 ‘유럽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음반’이라는 말을 듣고 뉴욕에서 판을 사온 애호가. 그는 “너무 들뜨지도 침체되지도 않은 라운지 음악의 편안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라운지 음악은 또 ‘감상용 테크노’로 듣는 이에게 조용한 흥분을 자아낸다. 빠르고 강한 비트를 가진 댄스용 테크노와 다르며 중동이나 남미, 아시아 각국의 다채로운 리듬을 매끄럽게 조화시킨 게 특징.

이성재씨는 “테크노에 가까운 곡들은 도회적이고 경쾌한 느낌을 주고, 월드 뮤직을 가미한 곡들은 당장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등 다양하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국적(exotic)인 정취는 라운지 음악의 또 다른 특징. 음반 타이틀 ‘부다 바’ ‘봄베이 비츠(Bombay Beats)’ ‘아라비카(Arabica)’도 그런 느낌을 반영한다. 라틴 리듬과 아시아의 민속 음악, 재즈의 리듬이 다채롭게 어울린 이런 음악들은 듣는 이들에게 이국적 풍경을 연상시킨다. 패션쇼 음악감독 김충우씨(33)는 “라틴, 중국, 티베트 음악이 혼합된 게 라운지 음악의 매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비층에 대해 음악평론가 배순탁씨는 “럭셔리(Luxury)를 동경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감성에 맞는 음악”이라며 “음반의 ‘명품’격으로 상류층에서 비싼 물건이 더 잘 팔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하나로도 자리 잡을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라운지 음악’이란

호텔 라운지에서 흘러나오는 고급스럽고 편안한 느낌의 음악이 가장 쉬운 정의다. 그러나 ‘라이트 테크노(Light Techno)’ ‘칠 아웃(Chill Out)’ ‘일렉트로닉 재즈(Electronic Jazz)’로도 불리는 만큼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1950, 60년대 미국 팝계에서 유행한 이지 리스닝이 원류이나 이후 특별한 붐을 이루지는 못했다. 영화음악에서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다가 90년대 중반 유럽의 테크노 DJ들이 라운지 음악을 전자 음악과 결합시키면서 새 바람을 일으켰다.

●국내소개 라운지 음악 앨범은…


○부다 바(Buddha Bar) 시리즈=아시아와 북아프리카의 음악을 조화시킨 스타일로 잘 알려진 클로드 샬르의 음반. 프랑스에서 200만 장이 나갔다. 이 음반은 유럽에 라운지 음악을 정착시킨 토대가 됐다. 1999년 와그램.

○파티 라운지(Party Lounge)=라운지로는 국내 첫 라이선스 음반이다. 첫 CD는 댄스용 테크노이며 두번째 CD에는 나른한 분위기와 비트를 가진 라운지 음악의 정서를 엿볼 수 있다. 2003년 강앤뮤직.

○데스티네이션스 듀 몽드(Destinations du Monde) 시리즈=솔과 재즈 분위기의 ‘맨체스터’, 라틴음악의 영향이 느껴지는 ‘바르셀로나’ 등이 잇따라 발매됐다. 세련된 표지 디자인도 라운지 음반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2003년 바드린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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