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여세를 몰아 열리는 제2회 세계 도자비엔날레가 이번에는 이천, 광주, 여주에서 9월1일∼10월30일 60여 일간 열린다. 엑스포 행사를 제외해 예산이나 규모 면에서 2년 전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지역별로 ‘세계도자’(이천), ‘생활도자’(여주), ‘전통도자’(광주)로 나뉜 주제에 따라 다채로운 작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시장을 미리 둘러보았다.
:이천: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이천 인터체인지로 들어서 15분 정도 가면 설봉공원 내 세계도자센터 전시장이 나온다. 청동기시대부터 토기 제작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이천은 1950년대 후반까지 한두 군데 가마가 명맥을 유지하다 1960년대 후반부터 일본 관광객들의 우리 전통도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활기를 띄었다. 현재 가마 수는 약 300여개.
이번 행사의 주 무대인 이 곳의 컨셉트는 ‘세계도자’. 1층 전시실의 ‘국제 공모전’은 전 세계 68개국 2454점 응모작 중에서 뽑힌 210점을 통해 현대 도자 예술가들의 고민과 관심을 드러낸다.
2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받은 작품은 한국계 미국인 여선구씨의 ‘알프레드 섬머’. 전시장 한가운데 서 있는 이 작품은 작가가 세라믹 연구 분야의 명문으로 꼽히는 미국 뉴욕 알프레드 대학에서 섬머 스쿨 강의를 할 때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거대한 인물상으로 만들어 올린 것이다. 2m43cm 높이의 대형 작품에 담긴 사람들의 표정 하나 하나에 이야기가 깃들어 있어 서사적 재미를 준다.
이 곳에서는 요즘 세계 도예가들이 ‘흙’을 현대미술의 재료로 확장해 조각 수준으로까지 발전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계들을 흙으로 빚어 표현한 스티븐 몽고메리(미국)의 작품은 흙을 철과 같은 차가움을 느끼게 하는 재료로 변화시켰고, 흙을 자유자재로 빚어 섬세하게 표현한 이시도로 달 콜(이태리)의 작품은 마치 종이 같은 질감을 느끼게 한다.
2층 4전시실 ‘NOW&NOW-세계 현대 도자전’ 역시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도자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 한국, 유럽, 미주, 아시아를 대표하는 4명의 커미셔너들이 선정한 17개국 50명의 작가들이 각 대륙에서 현재 다뤄지는 현대도자의 이념과 미학을 표현했다. 3전시실 ‘스페인 도자전’은 유럽 도자의 본고장 바르셀로나 국립박물관 소장품으로 12∼20세기에 걸친 유럽 도자의 발달사를 한 눈에 읽을 수 있게 한다.
:광주: 조선시대 왕실과 관청에 도자기를 공급하던 사옹원(司饔院) 분원이 운영되던 유서 깊은 도자의 고장답게 ‘전통도예’가 주 컨셉트. 광주 조선 관요(官窯)박물관에서 열리며 ‘조선도자 500년전’, ‘중국 광둥성 불산(佛山)도자 인형전’ 등 두 전시가 진행된다. ‘조선도자 500년 전’에는 국보 2점, 보물 5점을 포함해 총 247점이 등장한다. 순백자를 비롯, 왕실에서 사용한 백자청화 용문 항아리, 진사백자, 청화백자, 철화백자, 문방구 명품 등이 한꺼번에 선보인다. ‘중국 불산도자 인형전’에는 명·청대 도자 인형 중 사실적 표현과 화려한 채색기법이 압권인 78점이 선 보인다.
:여주: 고려 말부터 도자기에 관한 기록이 나타나는 여주는 1950년대부터 생활도자기 공장이 설립되어 현재 약 450여개 가마가 있다. 여주 가마들은 초벌구이, 반제품, 유약, 점토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공장들이 있어 종합적이며 산업적인 성격이 짙다는 것이 특징.
여주 ‘세계 생활도자관’에서는 두 개의 전시가 펼쳐진다. 스페인 출신 후앙 미로와 피카소의 도예 작품들을 비교 전시하는 특별전과 아우가르텐(오스트리아), 아라비아(핀란드), 로젠탈(독일), 로얄 코펜하겐(덴마크)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10대 도자회사 명품들이 선보이는 명품전이 열린다.
이천·광주·여주=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자가용이나 버스를 타고 광주, 여주, 이천 중 한 곳에 내리면, 나머지 두 곳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있다. 아침부터 서두르면 세 곳을 모두 둘러 볼 수 있지만 한두 곳만 들릴 요량이라면, 이천 광주 여주 순이다. 이천에서는 1990년 5월에 설립된 국내 유일의 도자전문 미술관 해강 도자미술관도 가볼 만하다.
●입장료
세 군데 행사장을 모두 볼 수 있는 관람권이 일반 6000원이며 세 곳 중 한 군데만 입장하는 티켓은 4000원. 예매(티켓링크·1588-7890)하면 1000원 할인받을 수 있다. 031-631-6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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