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여인극장’이 27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막을 올린 ‘반가워라, 붉은 별이 거울에 비치네’는 조선시대 여류 문인 허난설헌(1563∼1589)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 극단 ‘완자무늬’는 9월 5일부터 정미소 극장에서 아들이 없는 집에 첩으로 들어간 여인의 삶을 그린 ‘작은 할머니’를 올린다.
두 연극의 주제는 비슷하지만, 소재와 시대 배경이 다르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사뭇 차이가 난다.
▽‘반가워라, 붉은 별이…’=1966년 극단 ‘여인극장’을 창단한 이후 여성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 온 원로 여류연출가 강유정씨(70)가 연출했다. 주인공 허난설헌은 결혼하기 전부터 여류 문인으로 제법 이름이 높았다. 그러나 15세의 나이에 사대부집으로 시집을 간 뒤 여자가 시문(詩文) 짓는 것을 싫어하는 시모와 갈등을 빚는다. 설상가상으로 18세 때 남편을 잃는 등 거듭되는 불행을 맞았고, 결국 병에 걸려 27세에 요절한다.
강유정씨는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실제와 달리 허난설헌의 죽음을 자살로 처리했다”며 “정통적 방법으로 접근한 진지한 사극”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가족이나 사회와 갈등을 겪는 허난설헌의 모습에 한국 여성의 현실을 투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명희 작. 이현순 성병숙 박세진 박성준 윤미영 등 출연. 공연은 9월 13일까지. 02-744-0300
▽‘작은 할머니’=극작가 고(故) 엄인희씨의 대표작. 95년 서울연극제에 ‘그 여자의 소설’이라는 제목으로 참가해 남녀 연기상을 받았다. 당시 연출자였던 강영걸씨(61)가 다시 연출을 맡았다. 이 연극에서는 10년째 아들이 없는 부천의 김씨 댁에 씨받이로 들어간 여인의 일생이 펼쳐진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살아온 ‘작은 할머니’가 손녀에게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극이 진행된다.
강영걸씨는 “무거운 주제지만 내용은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나간다”며 “슬픔보다 오히려 웃음이 많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95년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받았던 공호석을 비롯, 우상민 김태수 정종준 강선숙 이태환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9월 28일까지. 02-741-2682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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