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여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물리학자들은 가능하다고 답한다. 한 주 앞으로 날아가 로또복권 1등 번호를 알아내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더 미래로 가서 돌아오는 길에 암 치료약을 사올 수도 있다. 미래로의 여행은 비용의 문제로만 남아 있다.
과거로 여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 만약 과거로 돌아가 할머니를 살해한다면? 그렇다면 어머니도 나도 태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할머니의 역설’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로의 여행은 가능하다. 천체 물리학자이자 프린스턴대 교수인 저자는 ‘시간여행’이라는 매혹적인 소재를 통해 난해한 상대성 이론을 설명한다.
할머니의 역설에 대해 물리학자들은 두 가지 답을 제시한다. 그 중 하나인 ‘다세계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하나가 아니라 무한개다. 따라서 무한개의 세계사가 존재한다. 우리가 단 하나의 역사를 경험하는 것은 과거에서 미래로 선로를 따라가는 기차를 타는 것과 같다. 내가 과거로 가서 할머니를 살해하더라도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가 살아서 어머니를 낳고 어머니는 다시 나를 낳는 우주는 여전히 존재한다. 나는 다만 다른 우주로 이동해 달라진 역사에 참여했을 뿐이다.
‘자체모순 없음 원리’에 따르면 나는 젊은 할머니와 만나 차를 함께 마실 수는 있지만 살해할 수는 없다. 나는 이미 존재한다. 내가 있으려면 할머니가 죽지 않아야 모순이 없다는 것. 이 이론에 따르면 과거로의 여행은 가능하지만 과거를 바꿀 수는 없게 된다.
물리학자들이 시간여행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주의 비밀에 한 발짝 더 다가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예측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마이크로소프트사, 옥스퍼드대학, 뉴욕 타임스, 기독교의 미래 수명도 예측해 월스트리트 저널 2000년 신년호에 실었다.
저자는 미래 예측을 토대로 인류의 멸종을 예견하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우주를 식민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소포클레스의 희곡 일부를 결국 나중에 불타버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떨어진 곳에 보존했던 것처럼.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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