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마에스트로 정명훈의 Dinner fot 8'

  • 입력 2003년 8월 29일 18시 55분


요리에 열중하고 있는 지휘자 정명훈. 그는 '여러 가지 요소들의 밸런스를 맞춘다는 점에서 지휘와 요리는 비슷하다'고 말한다. -사진제공 동아일보출판국
요리에 열중하고 있는 지휘자 정명훈. 그는 '여러 가지 요소들의 밸런스를 맞춘다는 점에서 지휘와 요리는 비슷하다'고 말한다. -사진제공 동아일보출판국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Dinner for 8/정명훈 지음/216쪽 1만6000원 동아일보사

“프론토(여보세요), 차오(안녕) 안드레아, 잘 지내? 어디야? …그래? 마침 가깝네, 나 ‘감베로 로소’에 있어. 빨리 와, 놀라게 해 줄 테니.”

그렇게 쓰여 있지는 않지만, 그런 광경이 아니었을까.

녹음이 푸르렀던 5월, 정명훈은 이탈리아의 휴양지 산 빈첸조의 소문난 레스토랑 감베로 로소에서 요리수업을 받고 있었다. 마에스트로는 그와 친한 ‘그대와 함께 떠나리(Time to say goodbye)’의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가 마침 근처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점심시간에 맞춰 도착한 보첼리는 마에스트로의 ‘작품’인 칙피 수프와 바칼라 포테이토 퓌레를 대접받았다. 칙피 수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이 책 54쪽을 보면 알 수 있다.

보첼리는 맛을 보고 “브라비시모(너무 좋다)”를 연발했다. 당연할지 모른다. 감베로 로소에서 그를 가르친 스승 풀비오 피에르안젤리니는 이탈리아 미식가협회가 선정하는 ‘최고의 요리사’에 5년 연속 1위를 한 요리계의 챔피언이니 말이다.

이 책은 요리책이고, 또한 아니다. 이 책이 독자와 나누는 ‘접촉면’은 매우 넓다. 시원한 화보가 함께 실린 ‘요리책’으로서 59가지 요리의 풍성한 레서피가 담겨 있다. “낯선 이탈리아 요리?”라며 책을 접을 일은 아니다. 소년 시절 미국 시애틀의 한식당에서 직접 주방장으로 활약했던 그가 ‘비밀 병기’로 내놓는 한식 메뉴도 제법 푸짐하다. 매운탕? 어떻게 하면 살이 단단하게 끓여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불고기? ‘일도 아니다’

이 책은 음악책이기도 하다. 요리마다 마에스트로가 직접 권하는 ‘이 요리와 함께 즐길 만한 음악’ 목록이 있다. 예를 들어 토마토 모차렐라치즈 샐러드는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을 들으며(listen) 들면(take) 좋다. 음… 군침이 고인다. 입뿐 아니라 귀에도….

이 책에서 마에스트로는 자신의 예술관과 음악관, 내밀한 가족들의 정(情)까지 살짝 털어놓는다. 그동안 좀처럼 접하기 힘들었던 ‘내면의 고백’이기도 하다. ‘여덟 명을 위한 저녁식사’라는 제목도 가족을 향한 그의 애정을 드러낸다. 아들 셋이 장차 결혼해 며느리를 포함한 온 가족이 다 모이면 (막내가 결혼할 때까지 손자는 없어야 하는 걸까?) 그때 ‘진국’ 솜씨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뜻이라니 말이다.

이 책은 하나의 교향곡과도 같다. 그것도, ‘교향곡은 하나의 우주와 같아야 한다. 온갖 다양한 요소를 거기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마에스트로가 즐겨 연주하는 말러의 교향곡과도 같다.

아니다, 훨씬 좋은 말이 있다. 이 책은 요리와 같다. 구수하고 향긋하며 매콤하고 짜릿하니까. 온갖 다양한 요소가 들어있으니까. 다시 생각해보면, 요리는 교향곡과 같기도 하다! 저자는 9월 1일 오후3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독자들을 위한 팬 사인회를 갖는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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