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세포’, ‘난치병 치료의 열쇠’ 등의 별명을 가진 줄기세포. 최근 들어 의료계에서 백혈병, 류머티스 관절염, 심장병 등의 치료에 줄기세포가 각광을 받고 있다. 줄기세포는 신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 줄기세포는 한 개의 세포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여러 개의 세포로 불어나는 ‘자가 재생산’ 능력과 여러 기관이나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다분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체는 60조∼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지만 결국 이들 모두는 줄기세포가 뼈세포, 혈액세포, 심장세포 등 모양과 기능 등이 다른 210여개 세포로 분화돼 생긴 것이다. 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결합된 수정란이나 태아 조직에서 얻을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와 성숙단계의 신체 여러 곳에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 두 가지. 가톨릭대 의대 세포유전자치료 연구소장 오일환 교수의 도움말로 줄기세포의 최신 치료법과 한계점, 앞으로의 전망 등을 들어본다.》
▽줄기세포 이용한 최신 치료법=가장 활발한 분야는 골수 속에 있는 조혈모세포를 이용한 치료법. 조혈모세포란 적혈구 백혈구 등 피톨(혈구)을 만들 수 있는 줄기세포를 말한다.
조혈모세포를 이용한 치료 분야는 백혈병, 악성빈혈 같은 ‘혈액질환’과 루푸스, 류머티스 관절염 등과 같은 ‘면역질환’. 치료 원리는 환자에게 항암제와 방사선을 투여해 환자 몸속에 있는 비정상적 세포의 씨를 말린 다음 정상인에게 기증 받은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것. 이때 기증받은 줄기세포의 ‘조직형’이 환자와 일치해야 면역거부반응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조혈모세포가 면역거부반응 자체를 억제할 수 있다는 능력이 알려지면서 백혈병이나 악성빈혈의 경우 조직형이 일치하지 않아도 이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최근엔 환자 몸속에 비정상적인 세포를 완전히 초토화시킨 뒤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항암제를 최대한 적게 투입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미니이식’도 시행되고 있다. 이 치료법은 현재 ‘만성골수성백혈병’이나 ‘악성빈혈’ 등에 사용되고 있다.
백혈병 환자가 간이나 신장을 이식받았을 때 평생 먹게 되는 면역억제제도 줄기세포를 이용한 ‘미니이식 후 장기이식’ 치료를 받으면 더 이상 복용이 필요 없게 될 전망이다.
‘미니이식 후 장기이식’은 미니이식을 한 뒤 장기제공자의 면역세포와 조혈모세포를 동시에 이식하는 방법. 이식된 면역세포가 환자의 암세포를 죽이고 조혈모세포는 새로운 혈액과 면역세포를 만들도록 해서 면역거부반응을 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에선 심장질환, 당뇨병 합병증인 족부괴사, 대퇴골머리 무혈성괴사 등의 치료제로 줄기세포 이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본인의 줄기세포를 골수나 말초혈관에서 뽑은 뒤 해당 장기에 직접 주입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치료법.
▽한계점은=아직 줄기세포를 과신하는 것은 이르다. 줄기세포는 다른 장기로 분화할 가능성과 계속 분열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자가 재생산 능력이 우수하고 대량 증식이 가능하지만 이식 뒤 암이 생길 위험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최근 일본에선 암유전자를 억제하는 유전자 조작기술이 시도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수정란을 이용한다는 생명윤리 측면의 난제가 있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성체줄기세포는 수정란을 파괴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고 이식 뒤에도 암이 생길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얻을 수 있는 수가 적고 대량 증식할 수 있는 기술이 아직은 부족한 단점이 있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최근 탯줄혈액을 보관하는 붐이 일고 있다. 탯줄혈액 속에 있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탯줄혈액은 15세 이상 환자에게 사용하기엔 양이 너무 적다.
이를 위해 탯줄혈액 속에 있는 성체줄기세포를 배양해 많은 양의 세포를 얻지만 배양된 시간이 길수록 ‘줄기세포’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단점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유전자 치료기법을 통해 ‘줄기세포’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증폭기술 연구와 2, 3개의 서로 다른 탯줄혈액을 합쳐 양을 증가시키는 방법 등에 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증폭기술 연구를 통해 ‘기능강화성 줄기세포’가 생산되면 질병으로 손상된 각종 장기의 기능을 인공적으로 대치가 가능하다. 아울러 세계 각국은 조혈모세포가 각종 장기로 분화하는 능력을 조절하는 기전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이는 효과적으로 원하는 장기의 세포, 즉 심장이나 간세포 등으로의 분화를 유도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한편 현재의 골수이식 및 줄기세포 이식이 보다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면역학적 거부반응을 보다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 중이다. 골수이식과 관련해 이식 후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합병증의 3분의 1 정도가 이식된 줄기세포가 환자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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