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가수 바다, 뮤지컬의 ‘바다’속으로

  • 입력 2003년 9월 1일 17시 47분


원대연기자
원대연기자
“극중의 가수 바다와 저랑은 절반 쯤 닮은 것 같아요.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면 끝까지 버틴다든지, 겉은 꿋꿋해 보여도 속은 여리다든지 하는 점에서 성격이 비슷하죠.”

가수 바다(23·사진)가 뮤지컬 배우로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 1년가량 솔로 앨범 준비와 뮤지컬 연습 등으로 대외 활동이 뜸했던 그가 19일 서울 정동 팝콘하우스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페퍼민트’에 출연한다. 극중 이름도 바다, 직업 역시 가수다.

창작 뮤지컬 ‘페퍼민트’는 바다가 주연한다는 점 말고도 가수가 귀신과 사랑에 빠진다는 독특한 설정이 주목을 끈다. 남경주와 고영빈 등 뮤지컬 스타들의 출연, 그룹 ‘다섯 손가락’에서 활동했던 이두헌의 음악 등으로도 일찍부터 화제를 모아왔다.

“극중에서 바다는 맑은 영혼을 가진 가수에요. 자아를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 소망을 쉽게 이루지 못하는 캐릭터지요.”

바다는 제법 치밀하게 ‘극중 바다’에 대한 치밀한 성격 분석을 했다. 뮤지컬은 처음이라는데 연기를 꽤 아는 듯 보였다.

“사실 고등학교(안양예고 연극과) 다닐 때 빼고는 연극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의 출연을 결정한 뒤 알고 지내는 연출자 선생님으로부터 연기지도를 받았습니다. 올해 1월부터 다양한 대본을 교과서로 삼아 이런 저런 배역을 많이 연습했지요.”

독선생을 두고 연기의 기본을 닦은 바다는 7월부터 뮤지컬 ‘페퍼민트’ 팀에 합류했다. 초짜 배우의 경우 대개 감정을 잡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데 비해 바다는 오히려 감정이 너무 풍부해 문제였다. 슬픈 장면이 나오면 펑펑 울어버려 연습에 지장을 준 적도 여러 번이었다.

바다의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남경주가 “배우는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할 정도였다. 바다는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 연습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며 감정몰입의 비결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왜 뮤지컬일까. SES의 다른 멤버들처럼 솔로 앨범을 내놓고 곧바로 가수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었을 텐데….

“SES 시절에도 뮤지컬 출연제의를 여러 차례 받았어요. 하고는 싶었지만 그룹에 소속돼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죠. 뮤지컬은 ‘드라마가 있는 콘서트’라고 생각해요. 꼭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였어요. 게다가 연극은 다른 인물의 삶을 살아가는 여행 같은 거잖아요. 뮤지컬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됐어요.”

바다는 이 뮤지컬이 진행되는 10월 초 솔로 앨범을 발표할 예정. 그는 “뮤지컬에서 부르는 노래 중 한 곡이 앨범에 포함된다”고 귀띔했다. 뮤지컬 ‘페퍼민트’는 10월23일까지 공연된다. 02-399-5888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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