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필터’는 그야말로 ‘모던’한 인상의 밴드다. 홍일점 보컬을 둔 외형적 특성이 아니더라도 이전의 ‘반항아 로커’와 거리가 멀다. 멤버들이 기행(奇行)이나 비행(非行)으로 구설에 오르지도 않고, 서로 사이도 좋아 베이시스트 연윤근(26)이 “싸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정말 안 싸운다”고 말한다.
반면 유명세를 혐오하지도 않는다. ‘손스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드러머 손상혁(27)은 “뮤지션이 아니라 ‘엔터테이너’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지만 ‘엔터테이너’도 해보면 맛들일 것 같다”고 말한다. 그들의 태생지였던 클럽 공연은 좁은 실내 탓에 숨 막히지만 대형 무대보다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이번에 발표한 타이틀곡 ‘오리 날다’는 이전 히트곡 ‘낭만 고양이’처럼 동물과 관련된 경쾌한 노래. 동물을 소재로 한 것은 우연의 일치다. 정통 록발라드 ‘스노 맨(Snow Man)’은 오케스트라 반주를 도입했고, 래퍼 MC 스나이퍼와 함께 한 ‘노 피스 예스 워(No Peace, Yes War?)’는 록과 랩을 혼합한 반전 메시지의 노래다. 또한 ‘다이브(Dive)’는 쭉쭉 뻗어가는 보컬의 강렬함이, ‘아싸라비아’는 장난기 넘치는 펑크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음반의 전반적인 특징은 풍부하면서도 명확한 사운드. 이들은 “악기를 하나하나 뽑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사운드를 구사하려 했다”고 말했다.
현재 음반시장은 침체 일로다. 이런 상황에서 새 음반을 내는 것에 대해 보컬 조유진(26)은 “국내 가요계는 너무 숨 가쁘게 변해 지난해 함께 활동한 가수들은 이미 후속작을 냈다”며 “2집의 그늘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11월 시작될 전국 순회공연을 마치고 일본과 유럽 진출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아시아 시장 진출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리더 겸 기타리스트 정우진(27)은 “‘마이너리그’로 가지 않겠다. 음악적 전통과 시장이 있는 ‘큰 물’에서 놀겠다”고 밝혔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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