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열두 살 봉구(이범수)는 실제 나이보다 몸이 빨리 노화하는 ‘조로증’에 걸렸다. 생긴 모습만 보면 완전히 상우의 형뻘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겉늙은 동생과 철부지 형은 ‘2인조 해결사’로 나선다. 이들의 주업은 악성채무 받아내기, 아르바이트는 집 나간 딸 병든 아버지한테 데려다주기.
오상우, 오봉구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오! 브라더스’는 착한 영화다. 가족의 사랑, 형제의 우애에 대해 긍정적이고 따스한 시각을 표현한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한 상처로 세상을 향해 마음을 굳게 닫아 걸었던 상우가 장애를 가진 동생을 만나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유쾌하고 찡하게 그려진다. 너나없이 ‘가족해체’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고지식하게 가족의 소중함을 내세운 이 영화는 돋보인다.
이 영화에서 봉구역의 이범수는 자신의 배역을 내면화한 연기를 보여준다. 시사회장에서 관객들은 그의 표정, 말, 몸짓 하나에 웃음을 터트렸다. 외모는 삼십 줄, 속은 철부지인 봉구가 어른들을 골탕 먹이고 겁먹게 하는 전복된 상황이 폭소의 도화선으로 작용한다.
하루는 봉구가 술집으로 채무자를 찾아가 말한다.
“난 아저씨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시는 어른이었으면 좋겠어요. 학교 가고 싶으세요?“
열두 살 어린이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떠드는 말에 다 큰 어른들이 겁에 질려 오금 저려한다. 껄렁한 ‘조폭’ 차림에, ‘처키’ 비디오를 보며 학습한 봉구의 험악한 표정. 상황이 상황인 만큼 ‘학교=교도소’라고 해석한 어른들은 ‘프로 깡패’를 만난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소아당뇨병을 앓는 봉구가 공공연히 팔뚝에 인슐린 주사를 놓는 장면을 연출해 사람들이 마약주사로 오인하게 만드는 등 웃음을 끌어내는 설정도 기발하다. 상우에게 뒷돈을 요구하는 풍속계 경찰 정 반장(이문식) 등 조역 연기자들의 감초연기도 흥미를 더해준다. 특히 상우가 봉구를 데리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과속 단속카메라에 찍힌 사진은 마지막 장면에서 결정적인 폭소탄으로 활용된다.
어쩔 수 없이 시작된 이복형제의 ‘거북한 동거’는 두 사람이 해결사로 나서면서 ‘유쾌한 동업’으로, 결국 상우가 마음을 열고 봉구를 받아들이는 ‘따스한 동행’으로 진화한다.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키는 듯한 뻔한 스토리 같지만, 웃음의 코드를 엉키지 않게 깔끔하게 풀어낸 것은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용화 감독의 힘이 크다. 영화에 삽입한 에피소드를 다 매듭짓고 설명하려는 의도가 때론 지나친 친절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김 감독은 데뷔작에서 탄탄한 연출력을 보였다.
덕분에 대중적 영화로서 웃음의 감도가 꽤 높다. ‘뭐 그렇고 그런 코미디겠지’ 하는 관객들의 심드렁한 시선을 넘어서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15세 이상 관람 가. 5일 개봉.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