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이 2일 개막해 다음달 5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여는 특별전 ‘영혼의 여정-조선시대 불교회화와의 만남’에 선보이는 조선시대 불교회화 등 유물 40여점은 대부분 사후(死後)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인간이 죽은 뒤에 저승사자와 만나 지옥을 거쳐 극락으로 인도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것들이다. 그림 중에는 이승에서 죄를 많이 짓고 죽은 사람이 벌겋게 구운 쇠몽둥이에 매달린 채 벌을 받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몸이 톱으로 잘리거나 대못이 박히는 끔찍한 장면도 있다.
김승희 학예연구관은 “이번 전시는 유교에 끊임없이 (퇴출) 압박을 받은 불교가 살아남기 위해 사후 세계를 집중 부각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유교가 갖추지 못한 측면에 불교가 주목했다는 것을 회화적으로 드러내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고려 불화가 귀족적이고 화려하다면 조선 불화는 서민적이고 소박하다. 주요 출품작으로는 조선 초기 사경(寫經)을 비롯해 태고사(太古寺) 시왕도(十王圖), 영취사(靈鷲寺)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 감로탱(甘露幀), 아미타 극락회상도(阿彌陀極樂會上圖), 사불회도(四佛會圖) 등이 있다.
5일 오후 2시에는 사회교육관 강당에서 ‘조선시대 불교회화와의 만남’을 주제로 김 연구관의 특별강연이 마련된다. 고교생까지 무료, 성인 700원. 02-398-5135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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