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속에 시계가 들어있는 ‘피터 팬’의 후크 선장이나 ‘보물섬’의 무서운 해적이 아니다. 이 작품의 캡틴 잭 스패로우는 ‘가위 손’의 조니 뎁이기 때문이다. 스패로우는 선악의 양면성을 지녔지만 낭만적이고 때로 ‘해적판 히피’로까지 비쳐지는 스타일리스트다.
이 영화는 조니 뎁의 매력에 해적에 관한 전설과 로맨스를 곁들였다. 조니 뎁의 팬이라면 좀 아쉽겠지만 로맨스는 그의 몫이 아니다.
이 작품은 총독의 딸 엘리자베스(카이라 나이틀리)와 그녀를 사랑하는 평민 대장장이 윌(올란도 블룸)의 로맨스를 한 축으로, 해적을 둘러싼 전설과 모험을 또 다른 축으로 그려냈다. 스패로우는 부하였던 사악한 해적 바르보사(제프리 러시)가 주도한 반란으로 해적선 ‘블랙 펄’의 선장 자리에서 쫓겨난다.
영국군 기지가 있는 항구를 찾은 스패로우는 물에 빠진 엘리자베스를 구해내지만 해적이라는 이유로 감옥에 갇힌다. 윌의 도움으로 탈출한 스패로우는 해적들에게 납치된 엘리자베스를 구출하기로 약속한다.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또 다른 모티브는 ‘황금의 저주’. 해적 바르보사와 부하들은 고대 아즈텍 시대부터 전해지는 황금을 약탈한다. 하지만 보물의 저주를 받아 월광이 비칠 때면 모두 살아있는 해골로 변한다. 훔친 보물을 빠짐없이 원래 있던 그 자리에 되돌려놓아야만 저주가 풀릴 수 있다.
‘캐리비안…’은 흥미진진한 오락물이면서도 황금을 좇는 인간의 욕망과 어둠을 짚어내고 있다. ‘샤인’에서 열연했던 제프리 러시는 스패로우와 맞서는 사악한 해적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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