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형교회 목사들이 후임목사 선정과정에서 ‘세습’과 ‘편법’으로 말썽을 빚었던 것에 비하면,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룬 사랑의 교회는 교계의 화제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옥 목사가 쓰던 담임목사실의 주인은 오 목사로 바뀌어 있었다. 옥 목사는 4층의 작은 방으로 옮겼다. 오래 준비해온 일이지만 인간적으로 섭섭한 마음은 없었을까.
“내가 껄껄 웃고 다니니까 교인들도 내 앞에선 아무 말도 못하던데…”하고 말을 꺼낸 옥 목사는 “행복하다. 새 목사 부임으로 교회 전체가 꿈을 꾸게 됐고, 그만큼 젊어지고 박력 있어진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한 3년 만 더하면 어떻겠나’ 하는 인간적 바람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땐 오 목사가 50대가 된다. 40대와 50대의 느낌은 하늘과 땅 차이다. 가장 좋은 시기에 물러나는 게 옳다고 봤다.”
옥 목사는 7년 전부터 후임자를 물색해왔다. 여러 명을 관찰하던 옥 목사는 미국 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목사인 오 목사를 적임자로 판단하고 4년 전 의사를 타진했다.
“처음 옥 목사의 얘기를 들었을 땐 감사하기도 했지만 부담이 많았다. 한국교회를 대표하고 교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목회자의 교회를 물려받는 것은 십자가를 지는 일이었다. 그러나 옥 목사가 자신의 유익이 아니라 교회의 유익을 구하는 것에 감동받아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오 목사는 2일 이 교회 순장(지역별 대표) 2000여명과 상견례 모임을 가졌다. 그는 “강단에 올랐는데 ‘은혜의 물결’이 출렁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임 목사가 보통 교회시스템을 물려주는 것에 그치는 데 비해 옥 목사는 영성과 소명, 비전 그리고 잘 훈련된 신자들까지 물려줬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보통 대형교회에는 전임 목사의 카리스마가 강하기 때문에 후임 목사가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옥 목사는 이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
“3년 전부터 내 생각이 무엇인지 교인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한마디로 목사가 늙으면서 교회도 늙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교인들이 이해했다. 12월까지 공동목회를 하지만 철저하게 오 목사 편에서 뒷바라지를 하는 게 내 역할이다.”
오 목사도 패기 있게 말을 받았다.
“세상에서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다. 교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섬김의 자세를 사회에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 몸을 낮추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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