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오페라, 행복한 중독' 펴낸 이용숙씨

  • 입력 2003년 9월 5일 17시 25분


“종합예술인 오페라를 총체적으로 감상하려면 문학 음악 연극 미술 기술 분야에 골고루 관심을 가져야 해요. 유혹을 이겨내면 사람은 강해지죠. 그러나 유혹을 받아들이면 인생이 풍요로워진답니다.”

오페라가 내미는 유혹의 손을 맞잡아 보라고 제안하는 음악칼럼니스트 이용숙씨. 그는 최근 ‘오페라, 행복한 중독’(예담)이라는 오페라 감상서를 펴냈다. 오페라의 음악적인 측면이나 줄거리보다는 그 오페라가 태어난 시대의 사회상과 정치 경제적 배경에 중점을 두고 100편의 오페라 이야기를 풀어냈다. 올 컬러판에 공연 사진을 풍부히 실었고 520쪽 분량.

이씨는 오페라가 ‘목청 높여 뜻 모를 노래를 시끄럽게 부르는 것’이라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타령 일색’이라는 세간의 오해를 시원하게 해소해준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속고 속이고 용서하는 결혼 이야기의 바탕에 귀족의 횡포에 맞설 정도로 당시 시민계급이 성장해가는 모습이 그려졌으며,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는 부르주아 계급의 이중윤리에 희생되는 사회적 약자의 문제가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음악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 음악을 가까이 했던 이씨에게 오페라와의 첫 만남은 중학생 시절, 바그너 오페라 영상물이었다.

“70년대 독일문화원이 주최했던 ‘오페라 영화 축제’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바그너의 오페라가 음악적으로 어렵고 음산한 분위기에 강렬한 내용이라 중학생에게 잘 맞지 않았을 텐데…. 그런데도 그 뒤로 오페라와 관련된 꿈을 며칠이나 꿨는지 몰라요.”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그가 결국 ‘샛길의 유혹’으로 빠져든 것은 90년대 초 독일 유학 시절. “처음으로 ‘내가 얼마나 돈을 벌면 매일 저녁 오페라를 볼 수 있을까’ 생각했었죠.”

오페라가 너무 좋아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오페라 이야기를 했다. 빠듯한 유학생활에 돈을 아끼고 아껴 오페라를 보러 다니느라 친구들과 변변히 같이 지낸 시간도 기억에 없다. 지금은 독일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이 든든한 ‘오페라 친구’가 돼 준다.

“일이나 사람, 예술 등 어느 것 한 가지에 빠지지 않으면 살기 어렵잖아요? (웃음) 그렇게 하기에 오페라는 참 좋은 장르예요. 극에서 인생의 교훈을 얻고, 음악은 매혹적이죠. 여러 가지 즐거움을 동시에 줘요.”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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