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난(湖南)성 샹시(湘西)자치구 남방장성(南方長城)에서 이색 바둑대결이 펼쳐진다. 20일 열리는 ‘남방장성 2003년 한중 바둑초청 대회’에서 조훈현 9단과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이 사람을 바둑돌로 해서 대국을 벌인다.
바둑판의 크기는 각 변의 길이가 31.7m, 바둑판을 구성하는 돌의 무게가 159t, 면적은 300평이다. 바둑판은 샹시 지역에서 나는 홍사석(紅沙石)으로 만들었다.
바둑돌은 소림사의 무술 제자 361명이 흑백 옷을 입고 대신한다.
두 대국자가 인근 절에서 바둑을 두면 그 수순에 따라 무술 제자가 한 명씩 바둑판 안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이 특별한 이벤트는 ‘후난성’ TV가 ‘바둑이 대지를 누비니 천하의 영웅은 누구인가(棋行大地 天下鳳凰)’란 주제 아래 기획했다. 주최측은 바둑판 위에 붉은 천을 덮어뒀다가 대국이 시작될 때 두 대의 헬기를 동원해 끌어올릴 예정이다.
주최측은 당초 이창호 9단과 조 9단을 초청했지만 이 9단은 일정상 고사했다. 조 9단과 창 9단의 대국 외에도 창 9단의 부인 장쉬안(張璇) 8단이 아마추어와 대결하는 행사도 벌어진다.
조 9단은 현지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사람이 장기의 기물이 되어 경기를 진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바둑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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