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풍성해지는 추석 명절. 두둥실 보름달 아래 일가친지들과 밀렸던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세상사 모든 고통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옛말에는 궁핍했던 시대상이 숨어있다. 굶고 못 살아도 추석만큼은 넉넉하게 지내고자 했던 선조들의 지혜였던 것.
그러나 지금은 ‘과잉’의 시대. 특히 비만과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에게 추석은 치명적인 ‘위협’이다. 이것저것 집어먹다 보면 어느 새 배는 남산만 해지고 어기적거리며 걷게 된다. 평소 성인 하루 섭취 칼로리가 2000Cal인 반면 추석에는 4000Cal에 육박한다.
칼로리 섭취를 줄이려면 과식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 그러나 음식을 만들면서 칼로리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름을 줄여라=재료를 기름에 볶기 전에 먼저 살짝 데치면 기름 흡수량을 줄일 수 있다. 또 프라이팬에 전을 부치거나 고기를 볶을 때 기름을 계속 붓지 말고 중간에 물을 조금씩 붓는 것도 좋다. 기름과 물이 지글지글 섞이는 과정에서 약간씩 튀긴 하지만 물이 음식이 타는 것을 방지하면서 칼로리는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딱딱한 재료를 먼저 프라이팬에 올리도록 한다. 또 불을 세게 해서 단시간에 볶으면 기름 흡수를 줄일 수 있다. 단 두꺼운 고기와 생선은 겉만 타고 안이 덜 익을 수 있어 낮은 온도로 오래 볶는다. 튀김옷은 얇게 입히도록 한다.
프라이팬은 처음부터 기름을 두르지 말고 뜨겁게 달군 뒤 기름을 올린다. 이 때도 기름을 붓지 말고 종이에 묻혀 살짝 닦아내는 기분으로 바른다. 만들어진 음식을 소쿠리에 보관할 때는 냅킨을 두툼하게 여러 장 깔아 기름을 확실히 빼도록 한다.
▽조리법 업그레이드=추석 이후 비만의 주범은 송편이다. 이번 추석에는 송편의 속을 다양하게 만들어 보도록 하자. 비만 체형의 사람에게는 단백질이 풍부한 콩이 들어간 송편을, 어린이들에게는 밤과 콩이 든 송편을 주면 좋다.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쓰면 같은 양을 써도 단맛이 200배 이상 나기 때문에 칼로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미묘한 감칠맛을 놓칠 수 있는 게 흠이다. 이 밖에 돼지고기를 삶아 편육으로 만들거나 튀김과 구이보다는 조림이나 찜으로 대체하는 것도 방법.
다이어트 식용유 사용을 검토할 수 있다. 일반 식용유는 지방산이 3개 구조 형태인 ‘트리아실글리세롤’로 돼 있지만 다이어트 식용유는 2개 구조 형태인 ‘디아실글리세롤’로 돼 있어 지방 축적을 억제하기 때문. 올리브 오일을 사용해도 15% 정도 칼로리를 줄일 수 있다.
양이 많아 보여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좋다. 생선 고기는 뼈째로, 조개는 껍데기째로 조리한다. 야채는 작은 접시에 수북이 담아 부피감이 있도록 한다.
▽시부모와 갈등 피하라=집안마다 대대로 내려온 조리법을 고수해 젊은 며느리들이 자신의 뜻대로 음식을 만들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전통 조리법의 입맛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저칼로리 조리법’ 음식에 대해 맛이 없다고 타박할 수도 있다.
따라서 며느리들은 현실적으로 고칠 수 있는 부분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손대는 것이 좋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고치려 든다면 당장 갈등이 생기기 때문.
가령 전을 부치면서 물을 붓는 조리법이나 딱딱한 재료를 먼저 요리하는 것 등을 먼저 시도하는 게 좋다.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영양팀 강은희 과장, 삼성서울병원 조영연 영양과장)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평상시 칼로리 줄이는 법 ▼
아무리 열심히 운동해 살을 빼도 한 끼 ‘배 터지게’ 먹으면 도로아미타불이다. 평소 칼로리를 줄이기 위한 요리법을 알아두는 게 필요한 이유다.
▽설탕 대신 꿀을 사용하라=설탕은 비만을 유발하는 큰 원인. 그러나 꿀이나 물엿은 정제와 가공과정을 적게 거치기 때문에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다. 또 첨가물도 적기 때문에 해로운 물질도 적다. 그러나 이 역시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
▽싱겁게, 담백하게, 식초 많이=고춧가루나 후춧가루, 겨자, 생강 등은 비만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미각과 후각을 자극해 과식을 유발한다. 따라서 평소 싱겁고 담백하게 먹는 게 좋다. 만약 입맛을 돋우기 위해 자극을 원한다면 식초를 먹는다. 새콤한 맛을 내면서도 칼로리가 없다.
▽해조류와 채소를 먹자=무침을 만들 때 김이나 미역 등 해조류를 재료로 사용하면 칼로리가 높아질 염려가 없다. 단 설탕과 기름의 양은 줄이도록 한다.
또 야채샐러드 역시 다이어트 식단으로는 손색이 없다. 그러나 마요네즈 드레싱을 넣을 경우 칼로리가 급격하게 올라간다는 점에 유념한다.
▽저칼로리 식품 이용=라면과 햄, 요구르트, 우유 등 자주 먹는 식품은 칼로리가 일반 제품보다 크게 낮은 저칼로리 식품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라면으로는 CJ의 ‘굿포유 로누들’ 동원의 ‘라우동’ 등이 있다. 햄으로는 하림의 ‘챔’, 풀무원의 ‘퓨렘 로스구이’ 등. 이 밖에 한국야쿠르트의 ‘실프’, 오뚜기의 ‘콜제로(식용유)’, 청정원의 ‘빵에 바르는 마가린’, 대상의 ‘그린스위트(감미료)’ 등이 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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