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나온 그의 첫 작품집은 제목부터가 ‘멜랑꼴리(Melancholy·우울)’로 주된 색조도 푸른색과 회색 계통이다. 사색하는 강아지 ‘두기둡스’가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번민하며 우정과 의사소통, 직업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게 줄거리.
“저는 기분이 좀 심하게 오락가락하는 편입니다. 너무 우울해 친구들이 말을 못 붙일 때도 있어요. 하지만 한번 불붙으면 며칠씩 밤을 새워 일하죠.”
게슴츠레한 눈의 두기둡스나 자신에 찬 눈빛의 일벌레 워키 등 ‘멜랑꼴리’에 나오는 서로 상반된 캐릭터들은 모두 자기 분신이라고 박씨는 말한다.
박씨가 일기처럼 그리는 이 만화는 2000년 3월 자신의 홈페이지 ‘먼지 사이트’(www.munge.co.kr)에 연재돼 지금까지 47여만 건의 조회를 기록했다. 이번에 발간된 1권에는 2000∼2002년의 연재 분을 담았으나 3분의 1 정도의 분량은 일관된 흐름을 위해 새로 그렸다. 10월에 2권을 발매할 예정이다.
박씨의 만화가 사색의 분위기를 띠는 것은 고민으로 기분이 우울해질 때마다 펜을 들기 때문. 그는 “그럴 때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서 ‘이걸 보여줘야 해’하는 의욕이 끓어오른다”며 “그것을 만화로 털어놓고 나면 후련해지고 많은 고민들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두기둡스는 뭔가 해보겠다고 다짐하면서도 한없이 늘어지고 싶고, 중요한 줄 알면서도 힘들게 일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한다.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인간관계를 힘들어하기도 한다. 이런 캐릭터로 인해 두기둡스는 젊은 세대의 심리를 정확히 짚어 그들의 고민을 대변해준다는 평을 듣는다.
“이 만화는 앞으로 계속 그럴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은 평생 생길 테니까.”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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