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당뇨연맹(IDF)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400여만명이 당뇨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여기에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합치면 전 세계 사망자의 30% 이상이 당뇨병으로 희생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5일간 프랑스 파리에서는 IDF 주최로 제18차 세계당뇨대회가 열렸다. 140개 국가에서 2만여명의 석학과 환자, 관련분야 종사자가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현재 1억9400만명인 당뇨병 환자는 2025년에는 3억3300여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의 슬로건도 ‘당뇨병의 확산을 막아라(Stop the Rise)’였다. 대회에서 발표된 최근의 당뇨 흐름과 인슐린 투약법을 소개한다.
▽예비환자 때부터 조심하라=당뇨병은 포도당을 나중에 에너지로 쓰기 위해 세포에 저장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이를 분비하는 췌장 기능에 문제가 있어 발생한다. 크게 선천적으로 췌장에 문제가 생겨 인슐린이 아예 분비되지 않는 제1형과 인슐린이 분비되더라도 양이 턱없이 적거나 제 기능을 못하는 제2형으로 구분된다.
1형 당뇨병은 주로 유아 및 청소년기에 발병한다.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85∼95%가 성인 때 비만 등으로 인해 발병하는 2형 당뇨병이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는 아니지만 포도당 처리 기능에 문제가 생겨 당뇨병 예비환자로 분류되는 내당능장애(IGT) 환자 역시 적지 않다.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적으로 3억1400만명(전체 성인의 8.2%)이 내당능장애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번 대회에서는 또 내당능장애의 70%가 제2형 당뇨병으로 발전할 확률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IDF는 2025년 내당능장애 환자가 4억7200만명(전체 성인의 9%)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지 알버티 회장은 “내당능장애에 대한 최신의 연구결과는 당뇨병의 급속한 증가를 예고하고 있다”며 “현재 질병 사망률 4∼6위에 머무르고 있는 당뇨병은 앞으로 인류가 직면하게 될 가장 무서운 질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또 여성이 남성보다 당뇨병은 10%가량, 내당능장애는 20%가량 많다는 사실도 발표됐다. 이와 함께 제1형 당뇨병이 주로 발병하던 청소년층에서도 제2형 당뇨병 환자가 급속히 증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로 나타났다.
▽인슐린 조기 투약이 효과적=이번 대회에서는 제2형 당뇨병의 경우 효과적인 혈당관리 방법으로 인슐린을 조기에 투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웨일스대 데이비드 오웬스 교수는 ‘인슐린을 언제 투여할 것인가’라는 발표를 통해 “인슐린 투여는 혈당관리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그동안 제1형 환자에게만 주로 행해졌으며 제2형 환자에게는 그리 많이 처방되지 않았다”고 말한 뒤 “최근 영국 등에서 실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조기에 인슐린을 투여할 때 당뇨병 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임상시험 결과 약효가 24시간 지속되면서 정상적으로 인슐린이 분비될 때의 인체 패턴에 맞춰 투여가 가능한 ‘기저인슐린(Basal Insulin)’ 약제인 ‘인슐린 글라진’을 사용했을 때 혈당이 정상 수준으로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인슐린의 조기투여를 주장했다.
그동안은 제2형 환자에게 인슐린을 투약할 경우 약효 지속시간이 최대 16시간에 그쳐 하루 2차례는 투약해야 하며, 약효가 고르지 않아 저혈당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환자가 경구혈당강하제 등의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또 “경구혈당강하제를 10년 이상 사용해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완전히 고갈된 다음에 마지막 방법으로 인슐린 치료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오히려 합병증을 키우는 사례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파리=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 |
▼"40세때 당뇨 걸리면 남성12년 수명단축"▼
핀란드 헬싱키대 한넬 유키 예르비넨 교수(여)는 이번 대회에서 제2형 당뇨병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인슐린 치료의 조기 도입을 주장했다.
핀란드는 대략 20만명의 당뇨병 환자 중 16만명이 제2형 당뇨병 환자로 16세 이하 청소년 환자도 3600명에 이른다.
핀란드는 당뇨병의 위험성을 일찍 깨닫고 핀란드 당뇨병학회 주관으로 2000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당뇨병 예방 및 치료에 나서 당뇨병 연구의 선진국가로 평가된다.
예르비넨 교수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 인슐린 치료는 당화혈색소수치(헤모글로빈 A1c·혈액 중 포도당 농도)를 7% 이하로 조절하는데 42%의 효과를 나타낸 반면 경구약은 18∼24%, 식이요법은 9% 수준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정상인의 당화혈색소수치는 4∼6%인데 당뇨병 환자는 혈중에 포도당이 고농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7∼12%를 기록하게 된다.
따라서 인슐린과 경구혈당강하제를 동시에 사용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혈당조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수치를 1% 낮출 경우 미세혈관 합병증을 35% 감소시키고 당뇨병 관련 사망률은 25%, 심근경색은 18%를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내놓았다.
예르비넨 교수는 “40세에 당뇨진단을 받을 경우 남자는 12년, 여자는 14년의 수명이 단축된다”며 “당뇨병을 발견하면 조기에 인슐린 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리=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