仲-버금 중 穀-곡식 곡 穫-거둘 확
饒-넉넉할 요 薦-바칠 천 省-살필 성
漢字(한자)에서 行列(항렬)의 순서를 뜻하는 독특한 말이 있다. 伯仲叔季(백중숙계)가 그것이다. 각기 첫째에서 넷째까지를 뜻하는 말로 字(자)를 보면 그 사람의 行列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보자. 孔子(공자)의 字는 仲尼(중니)이므로 ‘둘째’였음을 알 수 있고, 忠節(충절)로 유명한 伯夷(백이)와 叔齊(숙제)는 각각 맏이와 셋째 아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후에는 넷으로 구별하기가 번잡스러웠으므로 그냥 큰 사람을 伯, 작은 사람을 叔이라고만 불렀다. 그래서 伯父(백부)는 큰아버지, 叔父(숙부)는 작은 아버지를 뜻하게 되었다.
따라서 仲이라면 ‘가운데(中)에 위치한 사람(人)’이 된다. 여기서 어떤 단체나 순서에서 ‘가운데’를 뜻하는 글자로도 사용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仲介士(중개사)니 仲媒(중매). 仲裁(중재). 伯仲勢(백중세) 등이 다 그런 뜻이다.
곧 仲秋가 가을의 가운데이므로 仲秋節은 ‘가을의 한 가운데에 있는 節氣(절기)’라는 뜻이 된다. 음력 8월 15일로 일명 秋夕(추석)이라고 하며 순우리말로는 ‘한가위’라고도 한다.
이 때가 되면 그동안 땀흘려 가꾸었던 五穀百果(오곡백과)가 탐스럽게 영글어 收穫(수확) 할 수 있고 햇곡식과 과일도 풍성하여 일년 중 가장 豊饒(풍요)로움을 느끼는 때이기도 하다. 또 날씨마저 춥지도 덥지도 않아 快適(쾌적)할 뿐만 아니라 이날의 달은 일년 중 가장 컸으므로 마음까지 풍성하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하고 바랐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때 나오는 햇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조상께 올리는 이른바 ‘薦新’(천신)의 의식이다. 남달리 孝心(효심)이 강했던 우리 先祖(선조)들은 가을의 結實(결실)을 조상의 恩德(은덕)으로 여겨 먼저 바쳤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비가 잦아 日照量(일조량)이 부족했던 데다 秋夕마저 빨라 곡식과 과일이 例年(예년)같지 않다니 아쉽다.
또 이 때는 祖上(조상)의 산소를 찾아 省墓(성묘)도 한다. 여름 내내 무성하게 자란 풀을 베고 잡초를 뽑으며 주위를 깨끗이 정리함으로써 孝를 행동으로 實踐(실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仲秋節은 孝를 實踐하는 날이기도 한 셈이다. 지옥 같은 교통체증을 마다 않고 매년 民族(민족)의 大移動(대이동)을 연출하는 것도 다 그런 까닭이 있어서가 아니겠는가. 그 仲秋節이 멀지 않았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 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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