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베니스영화제대상 러시아 신인감독의 ‘귀향’

  • 입력 2003년 9월 7일 18시 53분


“여러분은 영화 속에서 세 명의 주연 배우를 봤지만 지금 이 무대에서는 두 명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 상을 두 달 전 비극적으로 죽은 가린에게 바칩니다.”

7일(한국시간) 폐막된 제60회 베니스영화제 시상식에서 ‘귀향(The Return)’으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안드레이 즈비야진체프 감독은 기뻐하면서도 한 소년의 죽음이 그에게 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15세 청춘스타 블라디미르 가린은 촬영이 끝난 직후 영화 속에 나왔던 호수에서 익사했다. 즈비야진체프 감독은 영화제 기간 중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일절 거부해왔다.

‘귀향’은 10년간 집을 떠나 있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돌아와 사춘기의 두 아들을 엄하게 훈육하는 과정을 다룬 가족영화. 메인 경쟁부문인 ‘베네치아 60’에 초청된 이 작품은 즈비야진체프 감독의 데뷔작으로 가린 외에도 이반 다브론라바프, 콘스탄틴 라브로넨코가 주연을 맡았다.

현지에서는 전통적으로 중견 감독의 작품들을 선호해온 영화제 분위기를 감안할 때 신인 감독의 대상 수상을 이변으로 여기고 있다.

심사위원 대상인 은사자상은 레바논 출신의 여성감독 란다 차할 사바그가 중동분쟁을 소재로 만든 ‘연(The Kite)’으로, 감독상은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맹인 사무라이 얘기를 그린 ‘자토이치’로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남녀주연상은 ‘21그램(21 Grams)’의 숀 펜(미국)과 ‘로젠스트라스(Rosenstrasse)’의 카트자 리만(독일)에게 돌아갔다.

신인 감독의 작품이나 혁신적 영화제작의 조류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상대로 한 또 다른 경쟁부문인 ‘업스트림’에서는 하이너 살림 감독의 다국적 작품 ‘보드카 레몬(Vodka Lemon)’이 최고상인 ‘산 마르코’상을 받았다.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은 지난해 감독상과 신인 배우상을 탔던 ‘오아시스’에 이어 한국의 2년 연속 수상을 노렸으나 결국 실패했다. ‘비평가 주간’ 부문에 출품됐던 김정은 김민종 주연의 ‘나비’(김현성 감독)도 수상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개막된 베니스영화제에는 메인 경쟁부문인 ‘베네치아 60’과 혁신적 작품 등을 소개하는 ‘업스트림’을 비롯해 비평가주간,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등에 걸쳐 총 250여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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