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특집 드라마의 장점은 연속극과 달리 인물이나 스토리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온 가족이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KBS 등 지상파 3사는 올해도 다채로운 추석 특집 드라마를 방영한다.
▽시골 학교를 둘러싼 동화같은 이야기=MBC 추석특집 ‘스쿨버스’(극본 김형진·연출 최낙권·11일 오전 9시45분)는 폐교 위기에 처한 지리산 근처 마을의 분교를 구하기 위한 주민들의 재치 있고 엉뚱한 노력을 그렸다.
학생 6명과 1명의 교사(김현주)가 지키는 ‘예미 분교’의 학생이 전학을 가버리자 교육청에서는 분교 통합 통보를 내린다. 주민들은 정든 학교를 없애려는 조치에 반발하고, 미취학 아이를 빨리 자라게 해서 학생 수를 늘리겠다며 뱀탕을 억지로 먹이는 등 소동을 벌인다. 결국 마을주민들은 머리를 맞대고 짜낸 기발한 방법으로 군(郡)에서 파견 나온 장학사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남자들의 오해와 화해=SBS 월화드라마 ‘야인시대’의 이정재로 출연한 김영호는 이번에도 ‘남성 드라마’에 나온다. SBS 추석특집 ‘앙숙’(10일 오전 11시)의 주인공인 말단 교통경찰 일도(김영호)와 택시운전사 호철(성지루)은 어린 시절에 친했으나, 어른이 된 뒤에는 군대시절에 괴롭힘을 당하고 애인을 빼앗겼다는 이유로 서로에 대해 앙심을 품고 있다.
일도가 우연히 호철의 앞집으로 이사 오자 둘은 사사건건 충돌한다. 일도의 아들이 유괴 당하는데도 호철이 못 본 척할 정도다. 그러나 호철과 일도는 아이 구하기에 동참하고 서로의 오해를 풀어나간다. 신구 송채환 김혜선 사강이 함께 출연한다.
▽‘돈의 노예’에 대한 비판=가족이라는 소재에 사랑과 화해의 돋보기를 갖다대는 보통의 따뜻한 명절 드라마와 달리 김수현 작가가 극본을 맡은 KBS2 ‘혼수’(연출 정을령·12일 밤 9시40분)는 사회에 팽배한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한다. 예비 시댁의 무리한 혼수 요구에 결혼을 앞둔 주인공들이 멍들어 가는 과정이 작가 특유의 칼날 같은 대사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대학 졸업 후 은행에 다니는 승주(김현수)는 5년째 사귀는 애인 정일(김정현)이 제대한 뒤에도 미래를 약속하지 않자 불안해한다. 정일은 전형적인 ‘졸부’인 자신의 부모가 승주의 집안이 평범하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한다. 결국 정일의 부모가 막대한 혼수를 결혼 조건으로 제시하자 양측의 갈등이 고조된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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