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령옛길] 길 따라 ‘전설’이요, 구름 따라 ‘추억’일세

  • 입력 2003년 9월 10일 14시 19분


문명의 자취라곤 찾아볼 수 없는 죽령 옛길. 죽령 옛길 초입에 서 있는 장승들
문명의 자취라곤 찾아볼 수 없는 죽령 옛길. 죽령 옛길 초입에 서 있는 장승들
경북 영주시 풍기읍과 단양군 대강면의 경계에 위치한 ‘죽령 옛길’은 무려 2000여년의 장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삼국사기’에는 ‘아달라왕 5년(서기 158년)에 비로소 죽령길이 열렸다’고 기록돼 있고, 1910년대까지 경상도 동북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했다. 주로 서울로 과거 보러 올라가는 선비와 공무를 띤 관원들이 이곳의 객점과 마방(馬房)을 이용했다고 한다. 특히 이 길은 추풍령, 문경새재와 더불어 삼국시대 군사적 요충지이자 영남권과 기호지방(畿湖地方)을 연결하는 3대 관문의 하나로 여겨져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던 길이다.

근대에 들어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자연 유실된 곳이 많아졌지만, 최근 영주시청과 풍기읍이 이를 복원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길의 출발지점은 희방사역 뒤편으로 300여m 이어진 아스팔트 길을 지나면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옛길의 시작을 알린다.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옛길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옛길이 그렇지만 이곳 또한 옛 정취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문명의 자취라고는 전봇대뿐이고, 물소리와 새소리만이 길동무가 되어준다. 비교적 널찍한 길이라 두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고 군데군데 자라난 잡초들이 발걸음을 한결 가뿐하게 해준다. 초입에서부터 고갯마루까지 1시간30분 가량 걸리며, 고개 정상에서 다시 단양군 용부원리까지 가려면 2시간을 걸어야 한다. 하산길에 죽령산신당에 들르면 옛길에 얽힌 전설과 민담을 만날 수 있다.

서울에서 풍기까지는 승용차로 2시간30분 가량 걸린다. 아침 7시경 서울을 출발, 오전 11시경부터 옛길을 타기 시작해 죽령주막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내려오면 당일에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 글·사진/ 이남훈 프리랜서

◈ Tips

- 교통: 승용차로는 중앙고속도로 풍기IC에서 내려 희방사역을 찾으면 되고, 버스를 이용할 때는 풍기행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로 풍기에 도착 후 시내버스터미널(054-636-3848)에서 희방사행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기차는 서울 청량리역에서 희방사까지 가는 기차가 15시에 한 차례 운행된다.

- 숙박·먹을거리: 희방사역 앞에 민박이 있지만 풍기읍내에 있는 황제모텔(054-633-0494)이나 풍기호텔(054-637-8800)을 이용하는 게 좋다. 풍기읍내의 풍기돼지갈비(054-637-4830)는 지역특산물인 풍기인삼을 넣어 숙성시킨 별미 돼지갈비로 유명하다. 죽령고개의 죽령주막(054-638-6151)과 죽령휴게소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도 좋다.

- 볼거리: 죽령 옛길 고개에서 대강면 샛골로 가는 길에 ‘머리 없는 불상’인 보국사 미륵불(신라시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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