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17>目 不 忍 見(목불인견)

  • 입력 2003년 9월 18일 17시 43분


目 不 忍 見(목불인견)

忍-참을 인 鼻-코 비

苦-괴로울 고 橋-다리 교

畓-논 답 浸-잠길 침

한자에서 耳目口鼻(이목구비)만큼 전형적인 象形文(상형문)이 없다. 각기 귀 눈 입 코의 모양을 보고 그린 것이다. 그 중에서도 눈을 그린 目은 좀 특이하다. 다 그린 다음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그냥 두었다가는 숫자 4를 뜻하는 ‘四’와 비슷해 혼동할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다 같은 象形文이라도 그리고 난 다음 눕히고 세우도 뒤집은 글자들이 많다.

忍은 칼날(刃·인)과 심장(心·심)의 결합이다. 흔히 하는 말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고통’이 있다. 그 심장을 칼로 도려낸다고 생각해 보라. 고통이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忍은 그 정도의 고통마저 참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忍은 ‘참다’는 뜻을 가진다. 忍苦(인고), 忍耐(인내), 容忍(용인)이 있다.

見은 目과 인(人과 같음)의 결합으로 사람 중에서도 특히 눈을 크게 그려놓은 모습인데 그것은 눈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곧 見은 눈의 기능인 ‘보다’라는 동작을 뜻한다. 따라서 不忍이라면 ‘차마 ∼할 수 없다’는 뜻이다. 孟子(맹자)가 인간의 본성이 태어나면서부터 ‘善’하다고 본 까닭으로 인간에게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 곧 ’不忍之心‘(불인지심)이 있기 때문이라 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우물가로 아장아장 걸어가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어 얼른 데리고 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目不忍見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인명손실 217명, 재산피해 4조 2000억원. 이번에 우리나라를 할퀴고 간 颱風(태풍) ‘매미’의 피해상황이다. 매년 颱風만 오면 1959년에 있었던 颱風 ‘사라’와 비교하곤 했다. 그만큼 사라의 피해가 컸던 탓이다.

그런데 이번 颱風은 사라를 능가하는 威力(위력)으로 사상 類例(유례) 없는 피해를 입혔다. 초속 50m가 넘는 강풍에 컨테이너 하역용 대형 크레인이 주저앉았는가 하면 철도가 엿가락처럼 휘기도 했다. 그 뿐인가. 수많은 선박이 좌초되고 침몰됐는가 하면 남해안의 양식장은 엉망이 됐다. 내륙의 피해도 그에 못지 않다. 가옥이 파괴되었으며 橋梁(교량)이 유실되고 田畓(전답)이 浸水(침수)돼 그렇지 않아도 凶年(흉년)이 예상되던 판에 설상가상이 되고 말았다.

매년 되풀이되는 颱風피해, 하늘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무엇인가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人災(인재)의 부분은 없는지 냉철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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