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지상파 방송 독과점규제서 제외는 특혜”

  • 입력 2003년 9월 18일 18시 51분


“현재 지상파방송은 제작-편성-송출을 독점하면서 국내 방송시장을 85%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양적 질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자본, 기술, 인력을 독점해 모든 분야에서 다른 매체의 경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KBS, MBC, SBS 지상파 방송 3사의 방송시장 독과점 해소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시청자 단체인 ‘미디어세상 열린 사람들’은 19일 오후 2시 서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문제를 주제로 대규모 세미나를 갖는다.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이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 국내 뉴미디어의 발전과 방송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방송시장의 불공정 경쟁구조=지난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총매출액 중 KBS MBC(19개 계열사 포함) SBS 등 3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85%로 독과점이 심각한 지경이다(표 참조). 이 중 KBS는 35.6%, MBC는 31.9%로 지상파 독과점 문제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현행 방송법은 한 방송사가 전체 방송시장 매출액의 3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KBS MBC는 공영방송이라는 이유로 이 법의 단서조항에서 예외로 인정받고 있어 독과점 규제의 정책수단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호영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KBS와 MBC의 ‘독과점 예외’를 인정해 주는 것은 이들 방송사가 상업광고와 케이블 위성방송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엄청난 비율을 도외시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특정 사업자가 전체 시청자의 35% 이상을 점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영국은 특정 방송사업자가 전체 TV 점유율의 15% 이상, 독일은 전국 시청률의 30% 이상을 점유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독일은 이를 어길 경우 방송사가 주식을 일부 매각하거나, 방송시간의 일부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등 강제 규제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처럼 지상파 방송사의 시장 점유율을 규제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으며 현행 KBS, MBC에 대한 예외조항은 삭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상파 방송 3사의 뉴 미디어 독과점=지상파 3사의 독과점 구조는 케이블 위성 등 뉴미디어 영역으로 고스란히 옮겨지고 있다. 황근 교수는 “지상파가 소유하고 있는 방송채널 사용사업자(PP)들은 지상파의 로고를 채널 명으로 사용해 ‘상표권에 의한 독점력’까지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블과 위성에서도 지상파 계열의 드라마와 스포츠 채널이 시청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종합유선방송(SO)을 통해 송출되고 있는 등록 PP(평균 15개 내외) 중 6개 정도가 지상파 계열 PP로 3분의 1 이상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내년에 출범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사업도 ‘지상파 DMB’는 자본과 프로그램에서 지상파의 막강한 지원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위성 DMB’는 출발부터 불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황 교수는 “지상파가 프로그램 저작권의 85%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열 PP에 내부거래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한 지상파의 뉴미디어 지배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지상파 계열 PP의 담합이나 불공정거래를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 독과점 해소방안=서울대 기업경쟁력연구센터는 방송위원회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아 연구한 ‘방송매체의 소유제한 및 경쟁정책 연구’ 보고서를 최근 방송위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지상파 3사의 방송시장 독과점이 시장경쟁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지상파 방송 3사의 시장지배력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경인방송(iTV)을 전국 민방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신규 지상파 민영방송을 도입하는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

권호영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지상파 민방 허가는 정치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고 기존 방송 3사의 반발은 물론 케이블과 위성 방송의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KBS, MBC를 매출액 규제의 예외로 인정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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