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전통적인 원칙들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과거의 눈으로 볼 때 ‘이상한 아이디어(Weird Ideas)’, 즉 ‘역발상’이 오히려 기업의 활력소가 되고, 나아가 기업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한다(이 책의 원제는 ‘Weird Ideas That Works’). 저자의 주장은 단지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뜬금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많은 기업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례들을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저자는 14가지 ‘역발상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역발상이란 곧 창의력과 맞닿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흔히 조직의 융화를 추구하는 경영자는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만을 고용하려 한다. 동료 또는 부하직원과의 마찰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임원들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승진시키기 꺼려하고, 이로 인해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경영층을 형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곧 ‘자신이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란 점을 간과한 것이다.
애플 컴퓨터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는 1976년 투자사로부터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하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고 마이크 마쿨라를 경영진에 끌어들인다. 마쿨라는 곧 마이크 스콧을 애플 컴퓨터로 영입했다. 마쿨라, 스콧 모두 경험이 풍부한 전문경영인이었다. 당시만 해도 기술과 의욕만 있었던 ‘히피 스타일’의 젊은이 잡스가 나이 많은 ‘원칙주의자’ 경영진과 마찰을 빚는 것은 당연했다. 이들은 만나면서부터 서로를 싫어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스콧과 잡스는 면전에서 소리를 지르며 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개인적인 마찰은 기업의 성패와는 무관했다. 스콧이 가지고 있던 재무와 마케팅 능력은 잡스가 가진 애플 컴퓨터의 기술력과 훌륭히 융합해 기업을 키워냈다. 저자가 이 일화에서 발견한 ‘역발상’은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 당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고용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스탠퍼드대 경영학 교수이자 경영컨설턴트. 휴렛팩커드, IBM, 3M 등의 최고경영자나 간부사원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역발상’의 현장 적용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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