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긁고 덧칠한… 인생같은…화가 김명숙 개인전

  • 입력 2003년 9월 21일 17시 25분


코멘트
김명숙의 '무제'
김명숙의 '무제'
마치 몸속의 혈관들이 밖으로 뻗어 나온 듯 수많은 선들을 통해 깊은 사유의 세계를 표현해 온 화가 김명숙씨(43)가 24일∼11월12일 서울 안국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그는 모노톤 색채로 칠하고 긁어내고 덧칠하는 특유의 드로잉 작업으로 인물이나 나무 같은 자연물을 그려왔다. 그는 오늘날 회화의 진정성에 대해 고민하는 몇 안 되는 진지한 작가들 중의 한 명으로 꼽힌다.

이번 전시회는 숲, 인물, 동물 등 세 주제로 나뉜다. 깊은 숲, 심연의 물살과 햇살, 무엇인가에 사로잡힌 인간의 얼굴은 작가의 변하지 않는 주된 소재다.

숲 시리즈에서는 나무와 숲 이미지가 정교하게 얽힌 화면을 통해 우주와 생명에 대한 경외와 범신론적 영성(靈性)을 표현한다. 스냅 사진처럼 찰나의 한 순간을 포착한 인물작업은 고뇌하는 작가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동물 드로잉에서는 역동적 순간 포착과 작가 특유의 거칠게 교차하는 선묘 화법이 돋보인다.

얇디얇은 종이 표면에 어둠과 빛으로 둘러쳐진, 세상의 끝처럼 깊고 아득하게 펼쳐져 있는 화면은 보는 이의 시선과 마음을 의식 너머의 세계로 안내한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씨는 “흡사 스스로를 매질하며 먼 대양을 건너는 물새의 자학적인 몸부림을 연상시키는 그의 그림에 대한 태도는 육체적인 혹사와 그 혹사를 고스란히 받아내는 화면을 통해 처절한 상처로 드러난다”고 평했다.

게다가 작품들이 모두 2m 안팎의 대작들이어서 하루 종일 작업에만 매달린다는 작가의 노동과 혼이 체감된다. 그림이 너무 어두워 작가의 내면도 어두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작가는 “어둠의 강조는 그만큼 빛에 대한 갈망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02-736-4371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