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일 시작된 동아일보의 인기만화 ‘식객(食客)’이 최근 연재 1년을 넘어서면서 한국음식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토대로 삶 고향 가족 정(情) 등 한국인들의 정서를 담은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식객’은 최근 단행본 1, 2권(김영사)으로 출간됐다.
작가 허영만씨(56)는 연재 초반 일간지 독자들과의 ‘교류’에 심혈을 기울였다. ‘식객’이 종합일간지 사상 처음 시도한 일일 연재 음식만화여서 이를 맡은 작가의 부담이 적지 않았던 것. 허씨는 “3년 동안 음식 만화를 준비했죠. 한국 음식의 깊은 맛처럼 그윽하게 독자들에게 다가서겠다고 마음먹었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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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씨는 ‘식객’에 전념하기 위해 스포츠신문에 연재해오던 만화도 줄였다. ‘식객’ 만화작업에 열중하다 과로 탓에 입원하기도 했다. 한달에 2∼3회 ‘식객’ 취재 여행을 가는 그는 “이야기 소재가 많아 앞으로도 수년 동안은 연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객’ 연재과정에 얽힌 뒷이야기들도 많다. 제1화 ‘어머니의 쌀’을 그리기 위해 ‘우리 쌀 지키기 100인 100일 걷기운동’에 참가하면서 느낀 안타까움, 그 집(식당)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등이 그런 것이다. 작가는 육수(肉水) 조리법을 꼼꼼히 물어보다가 주방장에게 혼난 적도 있고, 한 고깃집의 주인은 선뜻 육질에 관한 많은 정보를 줘서 도움을 얻기도 했다. 이런 정보와 일화는 그 자체로 ‘식객’의 또 다른 맛이다.
허씨는 이 같은 내용을 최근 발행한 단행본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 단행본에는 제1화 ‘어머니의 쌀’부터 올해 2월 연재된 ‘고구마’까지 실렸다. 여기에 게재된 취재일기와 맛집 정보, 음식 에세이, 요리법, 삽화들은 ‘식객’ 단행본의 맛을 더해준다.
김영사의 김기중 편집실장은 “하루에 ‘식객’ 단행본 약 500세트씩 주문이 들어온다”며 “광고를 거의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성과는 800세트씩 나가는 베스트셀러에 뒤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www.donga.com)에서도 연재되는 ‘식객’은 1일 평균 조회수(pageview) 10만 건. 단일 아이템으로 이 만한 조회수는 인터넷 매체 연재물 중에서 정상급으로 꼽힌다.
‘식객’의 인기비결은 ‘한국적’ 만화라는 점과 ‘밥’ 같은 주인공 성찬으로 요약된다.
▽‘한국적’ 음식 만화=연재 초기 “일본 요리만화 ‘맛의 달인’ ‘미스터 초밥왕’과 비슷하다”고 항의하는 독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식객’은 한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잔잔한 이야기로 공감을 얻어나갔다.
제8화 ‘대령숙수’에서 성찬과 오봉주의 대결이 ‘맛의 달인’식 갈등구도라는 일부의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운 선생이 “세상에 수많은 맛이 있으니 승부를 겨루는 것은 의미 없다”며 이야기를 매듭짓자, ‘대결 구도를 초월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식객’의 밑바닥에는 한국인 특유의 ‘정(情)’이 흐르고 있다. 제10화 ‘고구마’처럼 평범한 먹을거리 속의 무한한 정을 담은 일화들이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밥’ 같은 주인공, 성찬=제5화 ‘밥상의 주인’에서는 화려하지 않아 드러나지 않지만 제대로 된 것을 찾기 어려운 ‘밥’을 다뤘다. 진정한 밥상의 주인은 밥이라는 것이다. ‘식객’의 주인공인 성찬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평범한 외모와 고졸 학력 등으로 결코 화려하지 않다. ‘식객’에서도 그가 부각되는 경우가 주인공치고는 드물다.
작가 허씨는 “그러나 소박한 음식 한 그릇만으로도 풍성한 행복을 전하는 성찬은 말없이 ‘식객’을 빛낸다”며 “저마다 튀려고 하는 각박한 세상에서 성찬은 보기 드문 인간형으로 누가 뭐래도 ‘식객’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식객'의 명장면 명대사▼
만화 ‘식객’은 ‘음식은 정(情)’이라는 메시지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동안 연재된 내용중 독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명장면과 명대사를 추렸다.
제2화 ‘고추장 굴비’(1권 97쪽)=이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 곡기를 끊고 두문불출하던 옆집 할머니는 고추장 굴비 한그릇을 돌담 위에 두는 것으로 성찬의 따뜻함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맛이란 모두의 가슴이다! 맛이란 어머니의 음식이다! 그 어머니가 한 사람이 아니듯 맛 또한 어머니의 숫자만큼 많다!”
제8화 ‘대령숙수’(2권 185쪽)=‘생태탕 승부’를 가리려는 성찬과 오봉주에게 자운 선생이 승부의 덧없음을 깨우쳐준다. ‘포용 정신으로 대결 구도를 초월했다’는 평을 들었다.
제8화 ‘대령숙수’(2권 185쪽)=‘생태탕 승부’를 가리려는 성찬과 오봉주에게 자운 선생이 승부의 덧없음을 깨우쳐 준다.
제10화 ‘고구마’(2권 261쪽)=사형수가 성찬이 갖다준 고구마를 먹고 어머니를 회상하는 장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등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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