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알레르기비염 수술보단 약으로 ‘뻥’

  • 입력 2003년 9월 21일 17시 41분


《40대 회사원 K씨는 매년 환절기만 되면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고 맑은 콧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처음에는 감기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증상은 더욱 악화됐다. 벌써 4년째다. 요즘에는 하도 코를 많이 풀어서 피가 섞여 나올 때도 있다.

귀가 울리고 눈두덩이 얼얼하기까지 하다. 밤에 잠을 자다가도 코가 막혀 오전 2, 3시경에는 꼭 깬다. 정말 죽을 지경이다.

환절기 코 막힘과 콧물, 재채기는 골칫거리다. 눈과 귀에까지 여파가 미쳐 눈꺼풀이 가렵고 결막염이 생기기도 하며 귀가 아프고 열이 난다. 다른 사람의 눈치 보느라 자신감마저 떨어진다. 아이들은 코 막힘이 있으면 집중이 안돼 성적까지 뚝 떨어진다.

그러나 코 막힘은 치료가 어려워 방치하는 사람들도 많다.》

▽왜 막히고 왜 흐르나=콧속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알레르기비염은 최근 20년간 환자 수가 3배 이상 늘었다. 의학자들은 현재 전 국민의 15% 정도가 이 병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

코 막힘, 재채기, 맑은 콧물이 나타나는 3대 증상. 특히 코 막힘이 심해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를 가장 괴로워한다. 재채기와 콧물은 아침에 기상했을 때 심했다가 오후가 되면서 줄어들지만 코 막힘은 이때부터 심해진다. 비염 증상은 코감기와 비슷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항상 코감기를 달고 산다’고 말하지만 감기는 미열을 동반하며 비염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코감기 역시 급성 비염이 원인이 돼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축농증은 코 주위 얼굴뼈 속의 빈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부비동염(코곁굴염)이라고도 불린다. 누런 콧물이 나오며 알레르기비염이 악화돼서 생기는 경우도 많다.

특별한 원인 물질은 없지만 알레르기비염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비알레르기성 비염’은 콧속 점막혈관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부조화를 이뤄 일년 내내 비염 증세를 보이게 된다.

콧구멍을 좌우로 나누는 칸막이 뼈인 ‘비중격’이 휘어 공기 소통을 차단하기 때문에 ‘막히고’ ‘흐르는’ 경우도 많다. ‘비중격만곡증’이라고 부르는 이 병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전 국민의 80% 정도가 걸려 있다. 특히 뼈가 휜 안쪽은 공기의 통로가 작아 드나드는 과정에서 물혹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물혹은 다시 공기의 순환을 가로막아 점막의 자극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더욱 코가 ‘콱’ 막혀 버린다.

▽약으로? 수술로?=오랫동안 이런 질환들로 고통을 겪은 많은 사람들이 “수술이라도 좋으니 제발 낫게 해달라”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대부분 질환은 약물요법 치료가 원칙이다. 알레르기비염은 수술을 해도 완치가 힘들기 때문. 보통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찾아내 이를 피하는 ‘회피요법’이 가장 많이 권고된다.

약물은 증상에 따라 달리 사용된다. 코 막힘이 심하면 점막수축제를 쓴다. 종류는 먹는 것과 스프레이 등 2가지. 단 습관적으로 사용할 경우 약효가 떨어진 뒤 원래보다 더 점막이 커지는 ‘반발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대 5일 이상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재채기와 콧물이 심하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다. 이 약은 코 막힘에는 별 효과가 없다. 최근에는 양쪽의 기능을 상호 보강한 항히스타민-점막수축 복합제가 많이 출시됐다.

축농증, 만성비염 등의 약물 치료가 2, 3개월 이상 지속돼도 효과가 없으면 수술을 신중하게 검토한다. 특히 비염은 오래 방치했을 경우 코를 풀어도 콧물이 잘 안 나오고 목 뒤로 콧물이 넘어가는 ‘만성비후비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코 안쪽의 ‘비갑개’ 부위가 두꺼워지는 경우가 많아 이를 절개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비중격만곡증 역시 수술로만 완치가 가능하다.

최근 내시경과 레이저를 도입한 수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는 수술방법이 편해진 것이지 ‘만능치료법’이 아닌 점을 주의하도록 한다.

평소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생리식염수로 콧속을 세척해 주거나 더운 물수건으로 코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이 좋다. 또 섭씨 40도 안팎의 증기를 코로 흡입해 염증을 완화하거나 양말을 신어 발을 따뜻하게 보호해주는 것도 좋다.

(도움말=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윤주헌 교수,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가끔씩 재채기…코 맹맹 …나도 환자?▼

평소 코에 이상이 없는 사람들도 재채기를 하고 코가 막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인 ‘환자’일까.

원리를 알고 보면 그렇지는 않다. 코의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냄새를 맡는 후각기능과 호흡기능.

따라서 ‘코가 없으면 입으로 숨쉬면 된다’는 생각은 틀렸다. 코는 공기와의 연결통로 역할을 한다. 10cm 남짓한 콧구멍으로 들어온 외부 공기의 습도를 90% 이상으로 유지시키며 온도를 체온과 비슷하게 데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

또 이물질을 걸러내 기도와 폐, 기관지 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재채기가 생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기에 섞여 있는 이물질이 코로 들어와 점막에 닿았을 때 내부 장기를 보호하기 위한 인체의 방어기전이다. ‘에취’ 하면서 이물질을 밖으로 내보내고 콧물을 흘려 씻는 것.

코가 가끔 막히는 것도 평상시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한 이유에서다. 개인체질이나 연령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보통 양쪽 콧구멍 안쪽의 점막은 2∼6시간 단위로 교대로 ‘휴식시간’을 갖는다. 한쪽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활동이 다소 약해지는 것.

이때 휴식에 들어간 쪽의 콧구멍 점막은 살짝 부어오른다. 이로 인해 외부공기의 유입량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휴식’을 취하는 것. 의학자들은 이에 대해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체가 스스로를 지키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이로 인해 나타나는 증세는 아주 미약해 불편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콧물-코막힘 치료에 좋은 약물의 종류와 내용
약물약품효능부작용
항히스타민제지르텍, 셀프레어, 아젭틴, 러지텍, 에바스텔, 알레그라 등재채기, 심한 콧물, 코가려움증졸림, 심장부정맥, 배뇨장애
점막수축제휴멕스, 메디콜, 나시트릴, 코엔, 디메탑 등코막힘고혈압, 심장부정맥, 배뇨장애
항히스타민 점막수축 복합제앙띠꼬, 액티피드, 코벤시럽, 듀악트, 씨러스, 디메탑퀵디졸브 등재채기, 콧물, 코막힘졸림, 심장부정맥, 고혈압, 배뇨장애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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