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방송시장의 85%(매출액 기준)를 차지하는 지상파 3사의 독과점 해소 방안과 편파 보도, 남북 방송 교류의 문제점, DTV 전송 방식 결정 문제 등이 집중 거론됐는데도 노 위원장은 아리송한 답변으로 둘러대거나 지상파 3사를 옹호하는 발언을 계속했다.
KBS 보도본부장 출신인 김병호 의원(한나라당)이 “지난 대선 당시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가 대선 이후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됐는데도 당시 김씨의 주장을 일일연속극처럼 보도한 방송사들은 아무런 사과 방송을 하지 않았고 방송위도 심의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따졌다. 이에 노 위원장은 “80년 광주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폭도’라고 한 방송사와 신문사들도 아직 사과한 적이 없다”는 궤변으로 방송사를 감싸 좌중을 어리둥절케 했다.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이 KBS ‘평양노래자랑’ 등과 관련해 북측에 과다 지출된 ‘대가성 비용’을 추궁하면서 “북한에서는 남조선 사람이 온다고 하면 ‘돈이 걸어오는 것’으로 보이지 않겠느냐”고 따지자, 노 위원장은 “빙하의 얼음이 깨지는 걸음마로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이처럼 노 위원장이 ‘대가성 남북 방송 교류’ ‘편파보도’ 등에 대해 방송사를 감싸고 들자 국감장 주변에서는 “방송정책기관의 수장에게는 필수적인 공정성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노 위원장은 경인방송(iTV)에 대해서는 “태어나서는 안 될 사생아였다”고 말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으며, 지상파 TV의 독과점 문제를 추궁하는 질의에는 “한국방송 발전에서 지상파 TV가 차지하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맞서기도 했다. 방송위원회는 ‘거대한 공룡’ 지상파 TV와 케이블 TV, 위성방송 등 매체간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야 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5월에 출범한 신임 방송위원 9명 가운데 노 위원장을 비롯해 지상파 출신이 4명(3명은 상임위원)이나 돼 방송위의 ‘지상파 편들기’가 우려 됐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 위원장이 국감에서 노골적으로 지상파를 감싸고 돌자 방송계에서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분위기다.
이날 국감장을 나서면서 방송계 공정경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방송위원회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승훈 문화부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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