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코믹터치 순정만화가의 반란 '얼토당토'의 석동연

  • 입력 2003년 9월 26일 18시 43분


못생긴 백설공주는 ‘차차차’ 춤의 명수고, 신데렐라는 자신을 왕궁에 데려다 줄 호박마차에게 반해 사랑에 빠진다. 딸기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딸기잼. 말 그대로 얼토당토않은 이 이야기는 매일 아침 지하철 무료 신문을 통해 연재되고 있는 4컷 만화 ‘얼토당토’의 스토리다. 동글동글 만화 그림체에 엽기적인 상상력을 담아내는 ‘얼토당토’는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를 뿌리며 자생적 팬클럽이 형성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 기발한 만화를 그린 석동연씨(33)는 의외로 ‘모범생 스타일’의 인물. 그는 작품을 구상할 때는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다고 말할 정도로 학구적이기도 하다.

석씨가 최근 격월간 만화잡지 ‘오후(Owho)’에 연재하고 있는 4컷짜리 떡만화 ‘말랑말랑’의 아이디어를 얻어낸 곳도 바로 도서관. 그는 요리책의 떡 사진을 바라보다 ‘현란한 떡들의 맛있는 반란’이라는 부제가 붙은 ‘말랑말랑’의 ‘술떡 아저씨’ ‘영떡스 클럽’ ‘가래떡군’ 등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는 만화 캐릭터와 도서관의 묘한 부조화는 만화가 석씨의 독특함을 드러내주는 한 면에 지나지 않는다. 석씨는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던 도중 공주전문대에 만화예술학과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체력장까지 다시 치르며 이 학교에 입학했을 만큼 열정적이지만, 데뷔 이후 줄곧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4컷 순정만화만을 고집해왔을 만큼 우직하기도 하다. 이 독특한 작가의 꿈은 ‘보는 만화’를 넘어 ‘만질 수 있는 만화’를 만드는 것. 이를 위해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지점토를 가지고 직접 만화 캐릭터들을 만들고 있다.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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