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아토피가 심한 아이는 온몸이 가려움과 진물로 잠을 못 이루고 이 때문에 부모도 함께 고통을 받는 질환이다. 그러나 딱 떨어지는 치료법이 없는데다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어 온갖 비방이 판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대 의대 피부과 김규한 교수는 “아이의 아토피 피부염은 시간이 지나면 70% 이상은 자연히 좋아진다”며 “병원에서 검증된 치료법으로 한번에 2만∼3만원 정도면 되는데 민간요법 등으로 최소한 20만원 이상 쓰는 것은 시간과 돈 낭비”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와 서울알레르기클리닉의 노건웅 원장의 도움말로 아토피 피부염의 최신 치료동향과 잘못 알고 있는 아토피염 상식에 대해 알아본다.
▽최신 치료동향=기존 치료법에 잘 듣지 않는 심한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억제제, 면역조절제 등을 사용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이들은 아토피 피부염을 생기게 하는 주된 면역세포인 T림프구를 억제하거나 T림프구에서 생산하는 염증물질을 억제한다. 면역억제제의 경우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이클로스포린이 대표적. 면역조절제로는 알파 인터페론, 사이모펜틴, 면역글로불린 감마인터페론 등이 있다. 사람마다 치료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약을 선택해야 된다. 이 외에 면역조절제인 감마인터페론 주사를 놓아 면역체계를 정상화하는 방법도 효과를 보고 있지만 만성 환자에게는 치료효과가 기대하기 어렵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 중 2, 3년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는 환자들은 피부에 자외선을 쬐는 광선치료가 또 하나의 방법이다. 최근 선진국에선 화상과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으면서 환자의 60%에서 치료효과가 있는 ‘자외선 A-1’과 ‘단파장 자외선B’ 등을 개발, 사용한다. 그러나 국내에선 ‘자외선 A-1’의 경우 기기 자체가 비싸고 치료 수가가 낮아 도입되지 않고 있다. 외국에선 아토피 피부염이 갑자기 나빠지는 급성 때는 자외선의 일종인 ‘PUVA’와 고용량의 ‘자외선 A-1’을 사용하며, 만성 때는 자외선의 일종인 ‘자외선A’와 ‘자외선B’를 사용하거나 ‘단파장 자외선 B’를 사용해 치료에 효과를 보고 있다.
광선 치료는 일주일에 2, 3번을 받아야 되며 소아 환자에겐 장기간 광선치료를 할 경우 피부암이 생길 수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 한번 치료 시 비용은 1만원 정도.
최근엔 면역계의 T림프구의 활동을 억제해 아토피 피부염의 염증 반응을 줄이는 연고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선 화제를 뿌린 이들 약은 지난해 11월 시판된 ‘프로토픽’과 내년쯤 시판 예정인 ‘엘리델’.
프로토픽은 다른 치료제에 효과가 없고 특히 얼굴에 심한 아토피가 있을 때 1, 2주 내에 90% 정도 효과가 있다. 스테로이드와 달리 피부가 얇아지거나 여드름 다모증 등의 부작용은 없다. 처음에 일시적으로 얼굴이 붉고 화끈거리거나 오히려 더 가려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엘리델도 프로토픽과 거의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토피 피부염 바로 알자=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처방받는 연고는 대부분 스테로이드제. 그러나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는 몸에 스테로이드가 축적되기 때문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바르는 스테로이드제는 몸으로 흡수된 뒤 간에서 대사가 이뤄져 몸으로 배설되며 몸에 축적돼 부작용을 나타내는 약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바르는 스테로이드 제제가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해서 무조건 사용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피부염이 점점 심해진다.
최근엔 특별한 식품이나 비법이 효과가 있다는 뉴스가 무분별하게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또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킨다고 알려진 우유 계란 밀가루 땅콩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식품 섭취를 제한하는 것도 문제다. 환자들이 음식을 가리느라 신경을 쓰다가 스트레스를 받아 병세가 악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피부반응이나 혈액검사로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양성으로 나왔더라도 실제로 음식을 먹었을 때 악화시키는지에 대한 여부는 증명하기 어렵다. 이들 검사에서는 가짜 양성반응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때는 직접 음식을 먹어 알레르기 여부를 검사하는 ‘경구유발검사’나 ‘이중맹검 식품유발검사’ 등을 받는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엄마 가려워” “이젠 걱정마”▼
아토피 피부염의 대표적인 치료약인 국소 스테로이드제로 치료받는 환자는 장기간 사용 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매일 1회 정도 샤워 형식의 목욕을 해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땀과 기타 자극을 줄 수 있는 물질을 제거한다. 비누는 중성비누를 사용하고 때밀이 수건의 사용은 피한다.
목욕 후 3분 내에 전신에 보습제를 발라 피부를 항상 건조하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 보습제를 자주 사용해서 피부가 부드러운 곳에는 가급적 스테로이드제를 바르지 않는다.
눈 주위와 성기 주변 등 피부가 약한 곳에는 약한 스테로이드제를 바르며 손이나 발과 같이 피부가 두꺼운 부위엔 상대적으로 강한 스테로이드 제제를 바른다. 피부 상태가 좋아지면 바르는 횟수를 하루 1회에서 2, 3일에 1회씩 차츰 줄여나간다.
아토피 피부염에 걸린 자녀를 둔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은 아이가 가려움증을 덜 느끼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특히 집먼지진드기가 피부염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요 서식처로 알려진 카펫 커튼 침대 매트리스 사용은 피하고 침구류 등은 자주 세탁하고 햇볕에 말려야 한다. 실내온도는 22도 내외로 습도는 65∼70% 정도를 유지해 집먼지진드기가 살기 어렵도록 만든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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