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전국에 흩어진 목판 수집에 나서는 한국국학진흥원 심우영(沈宇永·63·사진) 원장은 “개인이나 서원에서 목판을 보관하면 훼손이나 분실 우려가 있다”며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인쇄 목판 보관의 중요성을 잘 보여 준다”고 말했다.
“2001년 10월 국학진흥원이 개원한 뒤 재령 이씨 등 전국 100여개 문중(門中)과 8개 서원에서 국보급을 포함해 모두 8만4000여점의 귀중한 자료가 모였습니다. 이 가운데 목판이 2만5000장입니다.”
국학진흥원은 목판 고서 고문서 등 국학 자료를 모아 오동나무로 만든 지하 수장고에 보관한다. 이 수장고는 통풍과 멸균 시설을 갖췄다. 진흥원은 420평 규모의 장판각 2채도 내년 초에 완공할 예정이다.
“불교 경전의 상징물이 팔만대장경이라면 유학 지식정보의 상징은 문집 목판입니다. 퇴계 학파의 경우 1000여명에 달하는 후학들이 수많은 문집을 남겼습니다. 목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지요. 금속활자가 보급된 시대에도 목판은 글자를 깎는 비용이 저렴해 지식을 널리 보급하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국학진흥원은 10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책 목판 글씨 현판 지도 등 110점을 전시하는 ‘기록문화와 목판의 세계’ 특별 전시회를 마련한다. 특히 영남을 대표하는 퇴계 이황(退溪 李滉) 선생과 호남을 대표하는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선생이 성균관에서 함께 공부했을 당시의 목판이 나란히 전시된다.
심 관장은 “현재 전국에 흩어져 있는 목판은 30만장 이상으로 추정된다”면서 “앞으로 5년 동안 10만장을 모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의 기록유산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동=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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