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22>哲 婦 傾 城(철부경성)

  • 입력 2003년 9월 30일 18시 47분


哲 婦 傾 城(철부경성)

哲-현명할 철 傾-기울 경 龜-거북 귀 鑑-거울 감 烙-지질 락 贖-속바칠 속

흔히 ‘歷史(역사)를 龜鑑(귀감)으로 삼는다’는 말을 한다. 歷史의 좋은 점은 배우고 본받으며 나쁜 점은 警戒(경계)한다는 뜻이다. 중국의 5000년 역사는 수많은 人間群像(인간군상)들이 엮어낸 莊嚴(장엄)한 한 편의 드라마다. 그동안 수많은 왕조가 明滅(명멸)했는데 그 興亡盛衰(흥망성쇠)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얻는 敎訓(교훈)이 적지 않다.

특히 亡國(망국)의 경우, 대체로 暴君(폭군)이나 暗昏(암혼)한 군주가 있었으며 暴君의 주위에는 妖妃(요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夏(하)의 暴君 桀王(걸왕)은 말嬉(말희)에 빠져 ‘酒池肉林’(주지육림)의 고사를 만들어냈다. 결국 湯(탕)이 일어나 夏를 멸망시키고 殷(은)나라를 세운다.

그러나 殷의 말기에는 紂王(주왕)이 나타나 달己(달기)에 빠져 궁궐 鹿臺(녹대)를 황금으로 장식하고 이를 간하는 사람을 잡아다 태워 죽이는 것을 낙으로 삼는 이른바 ‘포烙之刑’(포락지형)으로 나라를 기울게 하였다. 당시 忠臣(충신) 比干(비간)은 直諫(직간)하다 심장에 구멍이 7개나 뚫려야 했다. 결국 昌(창)이라는 사람이 일어나 殷을 멸망시키고 새 왕조를 세우니 周(주)나라가 그것이다. 기원전 12세기의 일이다.

역사는 돌고 도는가. 힘차게 출범한 周나라도 후에 오면 國祚(국조)가 순탄하지 않았다. 건국 후 4백여 년이 지나자 幽王(유왕)이 나타났는데 褒사(포사)라는 요녀에 빠졌다. 褒의 어떤 사람이 죄를 짓고는 贖罪(속죄)하는 뜻에서 바친 미녀였다.

그녀의 특징은 뛰어난 美貌(미모)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웃지를 않는다는 점이다. 그녀를 웃게 하기 위해 幽王이 갖은 노력을 다 해보았지만 헛수고였다. 어느 날 幽王은 장난삼아 烽火(봉화)를 올렸다. 제후들이 군사를 거느리고 황급히 달려왔으나 적이 보이지 않자 허탈한 표정을 지으면서 돌아갔다. 褒사는 그 제서야 비로소 깔깔대고 웃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幽王은 褒사를 웃기기 위해 종종 烽火를 올렸다. 그럴 때마다 제후들은 헛걸음을 쳤다. 후에 犬戎(견융)이 쳐들어와 변란을 알리고자 烽火를 올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결국 망하고 말았다. 그러자 후세 사람들은 두 사람을 諷刺(풍자)하는 시를 지어 노래했다.

哲夫成城(철부성성)-사나이 똑똑하면 나라를 이루고,

哲婦傾城(철부경성)-여자가 똑똑하면 나라를 망친다.

詩經(시경)에 보인다. 후에 ‘哲婦傾城’은 여자를 경시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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