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증상일까
항공기 여행을 마친 지 며칠이 지났건만 계속 피곤하며 정신집중이 잘 안된다. 호텔 방문을 잠궜는지 기억나지 않는 등 감각이 둔해진다. 밤잠을 설치거나 시도 때도 없이 하품하며 졸음에 시달린다. 이런 증상을 ‘시차증(時差症·Jet Lag)이라고 부른다.
시차증은 예방을 통해 가급적 극소화하고 요령을 터득해 신속히 극복해야 한다. 그 이유를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렇게 설명한다.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피로나 시차, 물과 음식을 갈아먹거나 급작스런 환경(기온 기후 일조시간)변화에 노출될 경우에는 인체의 저항력이 저하돼 질병감염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시차증상은 왜 생길까
시간대(Time Zone)의 변화 때문이다. 남북간 운항 항공편에는 시차가 크지 않다. 동서방향의 비행에서만 발생한다. 남북간인 서울과 시드니는 11시간 비행거리지만 시차는 한 시간 뿐. 그래서 시차증은 무시해도 될 정도다.
건조(기내습도 15% 내외)하고 통풍이 잘되지 않은 객실도 시차증을 가중시키는 요인. 예민한 사람은 낮은 습도로 인한 탈수증 및 기압 저하로 인한 저산소증과 고산증(객실의 실내기압은 고도 2400∼3000미터의 산정에 해당)으로 시차증이 가중된다.
●증상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시차증은 성격과 건강상태에 따라 천차만별. 예민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 AA(American Airlines)가 장거리여행자 800명을 조사한 결과는 94%가 시차증을 느끼며 그 중 45%는 심한 편. 직항편 보다는 갈아 탄 승객들이 더 심하다. 기내외을 오가며 받게 된 기압변화(기내→지상→기내) 탓.
미국 스탠포드대학 불면클리닉에서는 시차증을 ‘새로운 시간대에 진입하면 사람의 생체시계(body's clock)가 붕괴되는데 그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생체리듬의 지배를 받는 생체시계는 ‘멜라토닌’(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통제를 받는다. 멜라토닌이 분비되는 시간은 ‘암흑의 새벽’으로 불리는 오전 0~3시. 이 시간대에 활동을 지속해 생체시계가 ‘암흑의 새벽’을 겪지 못하면 멜라토닌의 분비 중단으로 생체리듬이 깨진다는 설명이다.
●비행방향에 따라 다르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지만 상당히 ‘그렇다’로 기울어진 상태. ‘시차극복법’이라는 책의 저자인 미 국립 정신의학회(NIMH)소속 정신의학자 4명도 같은 견해로 ‘동→서’보다는 ‘서→동’의 시차증상이 더 심하다는 의견. 이유는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는 생체리듬은 지구 자전 및 공전 방향을 역행할 경우에는 제 리듬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어떻게 극복하나
NASA(미항공우주국)에 따르면 이론상 시차극복(정상적인 바이오리듬과 에너지로 복귀하는 것)에 필요한 시간은 ‘한 시간당 하루’. 시차 8시간의 파리에서 올 경우 8일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도 있는데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방법 역시 다양하다. <표 참조>
최근에는 복용제(‘No Jet Lag’등)도 개발돼 공항내 여행용품점과 인터넷을 통해 판매 중. 한때 ‘기적의 식품’으로 알려졌던 ‘멜라토닌’(상품명)은 시차극복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복용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오히려 불면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된 만큼 복용에 주의가 요구된다.
●해서는 안 될 일
△탑승 중 수면제 복용=폐정맥을 가로막는 혈전(血栓·혈관 속에 혈액이 굳으며 생긴 것)은 ‘이코노미 증후군’(장거리 항공기 여행 후 발생하는 돌연사)의 원인 가운데 하나. 장시간 착석으로 다리에 부종(浮腫·붓는 증상)이 생길 만큼 혈액순환이 어려운 상태의 탑승객이 수면제까지 복용, 운동을 전혀 하지 못하게 되면 다리정맥에 혈전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
△과음 과식=절대 피하자. 좁은 좌석에 장시간 앉은 상태에서 고칼로리의 기내식을 많이 먹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기압이 지상 보다 낮은 기내에서는 와인 한 잔이 지상에서의 두 세잔 효과를 내므로 쾌적한 수면을 위해 과음은 피하자.
●꼭 할 일
△물 자주 마시기=탈수증도 막고 잦은 화장실 출입으로 걷기운동을 해 다리 부종을 예방하니 일거양득. 의사들은 아예 큰 물병을 들고 탑승, 비행 중 자주 많이 마시라고 권한다. 오렌지주스나 탄산음료 보다는 물이 더 좋다고. 커피 홍차는 피하자.
△도착지 시각에 맞추기=탑승 순간 출발지 시각은 잊어버리고 시계의 시각은 도착지에 맞춘다. 이후 수면 식사 등 모든 행동도 그 시각에 맞춘다. 어디서든 ‘해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잠드는 것’이 최선의 시차 극복 요령.
장시간 비행때의 증상과 예방법 | ||||
원 인 | 증 상 | 예 방 | 대 처 방 법 | |
시간대 변화 | 때도 없이 찾아오는 졸음 | ·탑승후 도착지 시각으로 조정 ·기내에서 도착지 시각으로 생활리듬 조정 ·탑승전 충분한 수면 | ·가능한 낮 출발 항공편 탑승 ·도착후 한밤중 방해없이 숙면 취하기 ·도착 즉시 햇빛쬐기, 아침 운동하기 | |
만성피로감 | ·기내숙면(눈가리개 활용) ·중간기착지에서 샤워하기 | ·출발전 3일간 숙면 취하기 ·도착후 낮잠자기(40분이내) | ||
불면증 | ·수면제 복용은 가급적 피한다 | |||
기내 | 탈수증 | 호흡기질환 | ·감기 들면 여행 연기 | ·기내에서 물 자주, 충분히 마시기 ·감기약 스프레이물 인공눈물 준비 |
피부 질환 | ·보습용 로션크림 바르기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착용 | |||
기압저하 | 복부 팽만 | ·편안한 옷 착용 | ·안전벨트 허리띠 느슨하게 풀기 | |
과호흡 | ·평안을 도울 책 준비 | ·비닐봉지로 내쉰 숨 들이마시기 | ||
운동부족 | 다리부종 | ·기내용 슬리퍼 준비 | ·객실내 자주 걷기, 신발 벗기 | |
※영국항공(BA)의 트래블 클리닉, www.travelmedonline.com, www.hidoc.co.kr 참조 |
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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